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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우습게 보지 말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야구 최고의 타자 중 1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과연 메이저리그 팀들이 포스팅 금액을 들여가며 영입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다만, 포스팅 금액이 적더라도 순수한 도전을 원한 손아섭이기에 돈과 관계없이 롯데가 보내주어야 하나, 말아햐 하는 고민은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구단과 선수 모두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문제는 입찰 구단이 없다는 이 충격적인 사실을 단순히 손아섭에 한정해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손아섭을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안쓰더라도, 유망주 확보 차원에서라도 영입하고자 하는 구단이 있었다면 정말 저렴한 비용에 혹시 모르는 마음으로 포스팅 신청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1000달러로 포스팅에 입찰해 롯데와 손아섭이 받아들이면 땡큐, 아니면 만다라는 식의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30개 구단이 작심해 아예 응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손아섭 뿐 아니라 다른 많은 한국 야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다며 그 열기가 뜨거웠다. 우리도 약간은 오버페이스 된 듯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미국 현지 역시 이상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할리 없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성공과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의 포스팅 대박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환상을 불러일으킨 게 참혹한 결과물로 이어졌다.
국내 여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 얘기가 나오자 항간에서는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도 쉽게 못오르는 메이저리그를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닌가'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다. 우스갯 소리가 아니었다. 정말 냉정한 현실 진단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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