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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인트-F(수비)]의욕만 앞선 구자욱의 송구실책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0-30 21:54


3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1사 2,3루서 삼성 구자욱이 김현수의 타구를 잡아 홈으로 송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30.

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PS포인트-F(수비)]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속담은 미숙한 열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지 않은 패기는 때로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친다. 특히나 큰 무대에서 이런 상황이 쉽게 벌어질 수 있다. 과도한 긴장과 '잘해야 한다'는 의욕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 선발 1루수로 나온 구자욱이 그랬다.

한국시리즈에서 1승2패로 뒤지고 있는 삼성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4차전에 새로운 라인업을 가동했다. 팀의 상징적인 존재인 이승엽을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켰고, 전날 좌익수를 맡았던 구자욱을 1루수로 넣었다. 3차전에서 지명타자를 했던 최형우는 좌익수의 임무를 맡았다.

구자욱의 1루수 기용은 삼성 류중일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최형우와 채태인의 동시 부진, 그리고 이승엽의 기용을 위해서는 구자욱이 1루로 갈 수 밖에 없다. 구자욱은 '멀티수비수'다. 원래 포지션이 3루지만, 1루수로도 나섰고 외야수로도 나왔다. 그 중에서 1루를 가장 많이 맡았다. 올해 정규시즌 팀 내에서 1루수로 가장 많이 나섰던 선수다. 90경기에 선발 1루수로 나왔다.


하지만 구자욱이 수비력이 뛰어나 여러 포지션을 맡은 건 아니다. 뛰어난 타격감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지는 수비력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해 "원래 구자욱의 전공은 3루수지만, 송구가 불안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외야에도 나갔고, 1루도 지킨 것이다.

바꿔 말하면 여러가지를 할 수는 있지만, 확실하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전공 포지션은 없다는 뜻이다. 이런 구자욱의 한계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나타났다. 0-0이던 1회말 1사 2, 3루에서 두산 4번 김현수가 1루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구자욱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슬라이딩하며 이 타구를 잡았다. 그리고 재빨리 글러브로 베이스를 태그해 타자주자 김현수를 아웃시켰다. 여기까지는 '나이스 플레이'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경험이 부족한 구자욱의 한계가 나왔다. 벌떡 일어선 구자욱은 실점을 막으려 홈으로 송구했다. 정확히 갔더라면 3루주자 정수빈과 홈에서 접전이 펼쳐질 수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삼성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칠 기회였다. 그러나 구자욱이 던진 공은 포수 이지영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이 때문에 정수빈에 이어 2루 주자 허경민까지 홈에 들어왔다. 안 줘도 될 점수였다. 1루수로서도 경험이 많이 없는데다가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처음 겪는 구자욱이 평정심을 잃는 바람에 치명적인 수비 실책을 한 장면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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