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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승엽을 두 차례나 외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수비 위치가 좌익수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승엽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채태인이 1루였다. 최형우가 지명타자로 이동하면서 구자욱을 좌익수로 배치했다. 넓은 잠실이기 때문에 발이 빠른 구자욱의 수비폭이 최형우보다 더 넓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이날 두 차례의 미스를 범했다. 1회 평범한 플라이를 놓쳤고, 펜스 플레이도 원활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 다소 어색한 좌익수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구자욱의 실책은 어쩔 수 없었다.
채태인과 이승엽의 타격감은 모두 좋지 않다. 팀의 상징적 인물인 이승엽의 이틀 연속 대타로 활용할 순 없었다. 팀 분위기와 상대 두산과의 기싸움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구자욱의 전진배치로 인해 이승엽과 채태인의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됐다. 너무나 풍부한 선수층이 만든 고민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역효과가 났다. 1회 1사 2, 3루의 상황에서 김현수가 1루수 강습타구를 날렸다. 구자욱은 멋진 슬라이딩 캐치로 막아냈다. 구자욱은 1루 베이스를 터치한 뒤 곧바로 홈으로 송구했다. 하지만 포수 이지영의 오른쪽으로 한참 벗어나는 악송구. 결국 뼈아픈 실책이 나왔다.
올 시즌 구자욱에 대해 삼성 류중일 감독은 "주 포지션이 3루인데, 송구가 불안해서 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1루수와 외야수로 구자욱의 수비 포지션은 수시로 바뀌었다. 그리고 구자욱은 나름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불꽃같은 타격솜씨도 뽐냈다. 하지만, 너무나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4차전 1회, 결정적인 악송구를 했다. 삼성의 벤치잘못은 아니다. 구자욱이라는 카드를 어떻게든 쓰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 하지만 야구는 오묘하다. 결국 그 자리에서 결정적 실책이 나왔다. 2회초 현재 2-0, 두산이 앞서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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