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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연속이다. 올시즌 생애 최고 성적을 올린 두산 유희관(29)이 힘겨운 가을을 보내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부진, 대표팀은 탈락, 미디어데이에서도 자조섞인 웃음까지 짓고 있다. 과연 올해안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26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을 포함해 최대 두 차례 정도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마지막 찬스다.
올시즌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로 펄펄 날았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부터 구위가 살짝 떨어지고, 칼날 제구력이 무뎌졌다. 주무기가 흔들리니 시속 130㎞ 언저리의 구속은 방망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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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두산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아예 마음을 비운듯 말했다. "우리가 계속 (시리즈에서)이겼고 유희관이 못 던져도 우리가 이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못 던져도 된다. 우리가 이기니까." 우스갯소리다. 유희관이 느낄 부담감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자 배려한 발언이다.
미디어데이가 끝난뒤 한 시간 뒤 프리미어12 대표팀 대체선수 발표가 있었다. 삼성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은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받고 있어 이번 한국시리즈에 뛸 수 없다. 삼성 구단은 대국민 사과기자회견과 함께 이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들 대신 장원준(두산)과 임창민(NC), 심창민(삼성)을 뽑았다. 다승 2위 유희관은 이번에도 빠졌다. 최종 엔트리 확정때도 유희관은 고배를 맛봤다. 본인은 "대표팀에 발탁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느림의 미학'으로 국제대회에 임할 뜻이 없었다. 제구력 달인이라고 해도 구위가 약하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훨씬 큰 국제대회에서는 제구력이 흔들릴 공산이 크다고 봤다.
이제 자존심을 회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해 팀 우승을 돕는다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손에 쥔 다른 카드도 없다. 건곤일척 승부를 이겨낼 마음가짐이 중요해졌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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