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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중요한 순간, 중요한 타자가 터지면 경기 분위기가 바뀐다. NC 다이노스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가 막혀있던 NC 타선의 혈을 제대로 뚫었다. 두산 베어스의 수비 시프트를 뚫어내면서 말이다.
양팀의 승부가 갈린 건 3회초. 박민우가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다. 김종호의 안타가 또 나왔다. 믿었던 나성범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NC에는 테임즈가 있었다. 두산은 이번 시리즈 테임즈에 대한 시프트 수비를 쓰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이 쓰는 것 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유격수 김재호가 2루 베이스 뒤까지 이동하고 2루수 오재원이 1-2루 사이를 막는다. 당겨치는 테임즈에게는 충분히 압박이 될 수 있는 수비. 하지만 테임즈는 '쓸테면 계속 써봐라'라는 듯이 김재호와 오재원 사이로 자로 잰 듯하게 타구를 보냈다.
매우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안타였다. 만약, 테임즈까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고 가정해보자. 2사에 타격감이 좋지 않은 이호준이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점수가 나지 않았다면 2회말 엄청난 송구 실수로 역전 빌미를 제공한 2루수 박민우는 가을야구 수비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할 뻔 했다.
하지만 테임즈의 동점타가 막혔던 NC 타선의 혈을 뚫었다. 최소한의 이닝 목표였던 동점이 되자 후속 타자들이 부담을 덜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또, 동점에 마음 급해진 두산 벤치가 선발 유희관을 내리고 노경은을 올리게 한 것도 중요했다. 이번 시리즈 안정된 투구를 하고 있지 못한 노경은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 베테랑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부진했던 이호준-이종욱-손시헌이 약속이나 한 듯 연속 안타를 만들어내며 5-2로 달아났다. 이 장면에서 승기를 가져온 NC는 수문 열린 댐처럼 그동안 치지 못했던 안타를 쏟아냈다. 3번 나성범부터 7번 손시헌까지 5명 중심타자가 전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방망이는 예측할 수 없다. 사소한 것 하나로 팀 타선 전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NC는 강한 타자들이 많기에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 시발점이 바로 테임즈의 시프트를 뚫어낸 안타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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