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선수들 일탈행위 알고도 하니 문제 커진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10-21 09:35


삼성이 원정 불법도박 의혹 선수들을 한국시리즈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20일 기자회견장에 나선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굉장히 억울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혐의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국민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대응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수사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 단정짓기 힘들지만 현재로선 이들이 결백하다는 증거도 나온 것이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미 선수들 본인이나 구단이 나서 서둘러 해명했을 테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의혹은 점차 사실처럼 여겨지고 이 와중에 삼성구단이 한국시리즈 제외까지 발표했으나 주위시선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행위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애정사같은 개인적인 일을 SNS에 올리고 이것이 물의를 빚는 것은 어찌보면 범위가 좁다. 시시콜콜할 뒷담화가 팬들에게 알려져 충격을 주는 것보다는 음주운전과 폭행사건, 도박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여러 범죄에 연관되는 것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만원 관중 앞에 서는 일. 선택받은 자만이 할 수 있다. 대단한 인기, 연봉은 아무나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 공인이냐, 유명인이냐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분명 일반인은 아니다. 일탈행위에 대해 더 따가운 시선은 당연하다. 지난 8월 22일 광주 한화-KIA전. 광주 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운 만원 관중.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8.22
리그는 커지고 선수들은 많아지고 있다. 10개구단 체제에 1군과 2군 선수들, 나아가 잔류군, 육성군 등의 3군 개념도 있다. 각 팀 선수단 규모도 60명을 넘는다. 이 많은 선수들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외 원정도박, 특히 이번 사건같은 '정킷방(개인이나 단체가 임대해 운영하는 VIP카지노)'은 그 핵심이 환치기 수법에 있다. 외환관리법을 피해나가기 위해 한국에서 송금하고 현지에서 외화를 빌리거나 받아서 도박을 하는 것이다. 불법이었음을 몰랐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된다.

로버트 풀검의 베스트셀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유치원생을 위한 책이 아니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기', '정정당당하게 행동하기',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기',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기' 등.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이지만 모두가 알아야 할 일. 세상은 이를 지키지 못해 시끄럽다.

선수들에게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은 필수다. 프로야구에 발을 디디는 스무살 어린 선수들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한 명확한 주지와 이에 대한 부작용과 벌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잘못된 일임을 알고도 하니 문제다. 도박처럼 심각한 중독성이 있는 사안은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소유한 논이 많아지면 잡초도 늘어나는 법이다. 쌀은 취하고 쭉정이는 버리면 된다. 여러 일탈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것은 있다.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야구 외에는 다른 문화를 접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성을 키울 여건도 그렇다. 연봉을 많이 받고 더 많은 인기를 누린다고 해서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 하지만 여러 문화를 접해야만 바르게 사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사회가 필요한 규범은 유치원에서 대부분 배우지 않는가.

교육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은 개인 차가 크게 좌지우지한다. 성인의 삶 결정권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안고 갈 것은 가져가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다행인 것은 야구 인기는 높고, 실력있는 유망주들은 꾸준히 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이다. 환부를 도려내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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