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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5위 해주십쇼."
여러 문제가 있었다. 그중 이종운 감독의 경기 운영도 참사의 원인 중 하나였다. 5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를 했다. 유난히도 희생번트가 많았다. 중요한 순간 1점을 짜내는 야구도 없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내주며 치명타를 입은 지난달 24일, 1차전 2대3으로 패했을 때 6-7-8이닝 연속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고도 1점을 뽑지 못했다. 작전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작전을 냈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이 이 감독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신 회장의 격려, 야구계는 단순 응원으로 보지 않았다. "꼭 5위 해주십쇼"라는 말, 잔인하고 냉정하게 분석하면 '5위 못하면 옷 벗을 각오 하시라'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팀 내 기반도 없고, 여론도 좋지 않았던 초보 감독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5위를 하고 싶었을 것이고, 감독의 그 마인드가 팀 경기에 그대로 녹아들게 된 것이다.
모두가 아는데 롯데 스스로만 모른다. 책임 질 일이 있으면, 감독만 교체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나만 살자'의 분위기다. 자신들 스스로 롯데라는 팀을 '감독들의 무덤'으로 바꿔버렸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을 영입하더라도 롯데는 성적을 낼 수 없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사장과 단장은 지난해 팀에 와 "팀을 바꿔보겠다"라며 의욕이 넘친다. 하지만 야구를 잘 모른다. 결국, 기존 프런트가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 운명이 바뀐다. 사장과 단장은 그저, 지난 수뇌부들에 비해 OK 사인을 더 적극적으로 내줄 뿐이다. 그런데 롯데 프런트는 옛날 방식 그대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운영, 마케팅, 홍보 등 주요 업무 부서 팀장급 인사들을 젊은 직원들로 교체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아이디어를 짜도 이게 사장, 단장선까지 올라가 OK 사인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기존에는 이렇게 해왔는데, 굳이 이런 일들이 필요하냐'는 의견이 중간 결제 단계에서 나오며 그대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현장에서 가장 먼저 캐치한다.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즌 도장 메리트 논란도 이 사례 중 하나다.
당장 구단은 신 회장의 지원 사격으로 FA 대어급 선수 1~2명을 사올 수 있다며 들떠있다. 과연 이 선수들 1~2명이 영입된다고 해서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롯데는 오랜 기간 신인 유망주 선수들을 못키우는 구단으로 낙인찍혔다. 선수 영입, 키우는 과정 모두 좋지 않다는 뜻이다. '감독들의 무덤'에 '유망주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프로에서 성적이 중요한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절대 성적이 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구단은 성적을 원한다. 풀기 어려운 문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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