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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진출 노리는 한국타자들, '미국식야구'에 대비하라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20 08:56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는 게 맞다. 메이저리그에 가길 원한다면 미국 야구 스타일에 맞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의 강정호가 18일(한국시각) 시카고 컵스전에서 부상을 당하는 장면. ⓒAFPBBNews = News1
춰야 한다.

올 시즌 초반부터 국내 구장에는 MLB 스카우트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올해가 끝나면 포스팅이나 FA 자격으로 해외 무대에 갈 수 있는 특급 타자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으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진출한 강정호의 성공 사례를 보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 타자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그래서 '제2의 강정호'를 찾기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나 두산 베어스 김현수는 대표적으로 MLB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밖에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에이전트와 일찌감치 계약을 하고 물밑에서 조용히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타자들도 꽤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 진출, 특히 메이저리그행을 노리는 국내 타자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의 문화적 차이가 얼마나 큰 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무대에서 하던 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한다며 큰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18일 경기 도중 큰 부상을 입은 강정호다.

강정호는 이날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 때 1회초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다가 2루로 슬라이딩을 해오던 코글란의 발에 걸렸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왼쪽 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월판 파열, 정강이뼈 골절 진단이 나왔고,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피츠버그는 재활에 6~8개월이나 걸린다고 발표했다.

현지에서는 대체로 코글란이 다소 공격적인 슬라이딩을 했지만, '반칙'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원래 메이저리그에서는 병살을 면하기 위해서 수비를 어렵게 만드는 공격적인 슬라이딩까지는 허용한다. 공식 룰에 있는 '수비 방해'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선에서 주자들은 발을 높이 들고 슬라이딩을 하는 게 상례다. 수비들도 이미 그런 행위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백스텝이나 사이드스텝, 혹은 점프를 하며 송구를 한다. 안타깝게도 강정호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거나 대비하지 못했다.

만약 이 장면이 국내 무대에서 나왔다면 그런 태클을 한 주자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또한 즉각 KBO 차원에서 제재 혹은 룰개정 움직임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지 않다. 결과적으로 강정호가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코글란의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다소 제기됐지만, 이를 계기로 주자의 공격적인 슬라이딩을 제한하는 룰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메이저리그는 그런 식의 야구를 한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된 계기다. 비슷한 예로 홈베이스 근처에서 주자와 포수의 태그 접전 때 주자가 어깨로 강하게 밀고 들어가는 것을 들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숄더 차징은 주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포수와의 접촉을 가능한 피하려고 한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인데, 오히려 그렇게 하려다가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타자들이 홈런을 친 뒤 흔하게 하는 '방망이 던지기'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절대 금기사항'이다.

어느 것이 옳은 지, 그른 지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국식 야구와 미국식 야구의 '차이'를 인정하면 그만이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타자라면 미리부터 이런 스타일을 인지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내야수라면 당연히 주자의 강한 태클을 인지하고 스스로 몸을 보호하는 움직임을 할 필요가 있다. 홈베이스에서 포수와의 충돌을 두려워하거나 피할 이유도 없다. 그런 야구를 하는 곳이다. 그곳에 가려면 그 방식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맞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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