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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화 이글스에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할 선수가 적지 않다. 중독성 강한 한화 야구의 주역 중 프로 15년차 외야수 김경언(33)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어렵게 FA가 됐지만 당연히 대박은 없었다.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 마감일인 지난해 11월 26일 3년-총액 8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금 3억원, 첫 해 연봉 1억5000만원, 2~3년차에 2억원을 받기로 했다. 최 정(4년 86억원), 김강민(4년 56억원·이상 SK)과 비교가 안 되는 계약 조건이었다. 실력이 바로 돈으로 환산되는, 그게 프로이고 현실이다. 김경언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내가 보여준 게 정말 너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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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초기 타이거즈 코칭스태프, 선배들은 그를 '산만이'로 불렸다. 야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달갑지 않은 별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한화팬들은 그를 '갓경언'으로 부른다. 야구의 '신(갓·god)'처럼 존재감이 크다고 해서 '갓경언'이다.
돌아보면 평범했던 야구선수 김경언에게 두 차례 전환의 계기가 있었다. 2011년 12월 가정을 꾸렸고, 지난해 말 FA 계약이 그랬다. 결혼 후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경언은 아내 엄수원씨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며 고마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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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안타를 때리면 좋고, 못 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가 내 직업인데도 그랬다. 결혼을 하고, 첫째 권률이가 태어나고, 특히 지난해 둘째 동률이가 세상에 나온 뒤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생겼다." 두 아이가 아빠에게 강력한 힘을 불어 넣어 준 셈이다.
현재 한화의 간판 타자인 김태균와 정근우는 김경언과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내색한 적은 없지만, 잘 나가는 동기생들의 존재가 큰 자극이 됐다.
"동기들이 많은 연봉을 받고, FA 대박을 터트리고 우리 팀에 왔을 때 솔직히 내 자신에게 창피했다.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야구를 더 열심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글스의 주축 타자가 되면서 기분 좋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까지 김경언 이름 석자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는 팬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타석에 섰을 때 쏟아지는 팬들의 응원 함성. 엔돌핀을 팍팍 돌게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안타를 때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불어넣는다.
2일 현재 김경언은 규정타석 미달이다. 지난 5월 KIA 타이거즈 투수 임준혁이 던진 공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았다. 부상으로 40일 넘게 출전하지 못한 게 컸다. 규정타석 달성 가능성은 남아있다. 남은 경기에 풀타임 출전하면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다. 물론, 팀 사정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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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이번 시즌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과 첫 규정타석 진입이다. 두 가지 모두 의미가 크다. 타이거즈 시절인 2004년 이후 김경언은 한 번도 가울야구를 하지 못했다. KIA 소속이던 2009년에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했지만 당시 김경언은 1군에서 뛰지 못했다. 2,3군에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광주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대전에서 조금 늦게 꽃을 피웠다. 프로 15년차 김경언은 기회를 열어준 이글스가 고맙다고 했다.
한화팬들이 목청껏 부르는 응원가처럼 올해 김경언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한화 김경언 연도별 성적
연도=소속팀=경기수=타율=안타=홈런=타점=득점
2001=해태-KIA=65=0.287=27=1=7=15
2002=KIA=107=0.263=72=1=33=45
2003=KIA=125=0.258=85=4=46=36
2004=KIA=114=0.243=46=3=25=20
2005=KIA=78=0.271=51=5=19=23
2006=KIA=73=0.180=18=-=8=14
2008=KIA=8=0.200=4=-=2=-
2009=KIA=2=0.500=1=-=4-=1
2010=한화=50=0.253=40=-=11=19
2011=한화=81=0.243=42=2=15=22
2012=한화=110=0.243=6=4=31=25
2013=한화=70=0.276=59=1=24=24
2014=한화=89=0.359=94=8=52=43
2015=한화=83=0.363=107=14=66=43
※올해 기록은 9월 2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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