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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 라이온즈의 팀 컬러는 야수 중심의 '공격 야구'다. 마무리 오승환(현재 한신)이 있을 때만 해도 삼성은 '지키는 야구'로 KBO리그를 지배했다. 그랬던 삼성 야구는 이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다.
코치는 선수 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
그는 자신을 낮췄다. "우선 내가 잘 한 것 보다 우리 삼성 선수들의 재능이 뛰어나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기간을 줄여주고 늘려주고 하는 것이다." 김 코치가 말한 기간은 슬럼프와 상승세다. 슬럼프는 줄이고, 상승세는 하루 라도 더 길게 가도록 도와준다는 걸 말한다.
선수들은 코치가 지적해서 변화를 주고 그걸로 인해 실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더욱 믿고 따르게 돼 있다.
김 코치는 삼성 타선이 득점권 찬스에서 강한 집중력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상대 에이스와 싸울 때는 볼카운트가 몰리면 안타를 칠 확률이 낮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승부가 더 낫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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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 사생활에도 '살짝' 개입했다
삼성이 이번 시즌을 통해 건진 최고의 수확은 구자욱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구자욱을 찍었고, 김 코치는 지난 겨울 구자욱을 옆에 두고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그는 "겨울 캠프 때 맨날 같이 훈련하면서 함께 놀았다. (구)자욱이는 컨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였다. 2군과 상무 시절엔 '똑딱이' 타자 처럼 스윙을 했다. 그래서 신체 조건을 봐도 중장거리 타자로 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지금 하는 걸 보면 가르쳐준 것에 비해 기대이상으로 너무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올해 혜성 처럼 등장, 기라성 같은 삼성 스타팅 라인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처음엔 부상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로 시작했다. 채태인 박석민 박한이가 차례로 아파서 자리를 비울 때 구자욱이 1루수 3루수 외야수를 가리지 않고 메워주었다. 그렇게 해서 규정 타석을 채웠다. 2일 현재 타율 3할4푼8리(6위) 137안타(10위) 11홈런 55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구자욱은 한창 주가를 올린 지난 7월, 여자 연예인과 함께 걷고 있는 사진이 찍혀 열애설에 휘말렸다. 그렇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김 코치는 "자욱이는 젊고 혈기왕성한 선수다. 연애사는 선수들의 사생활이다. 그 즈음 SNS를 한다고 하길래 '득 될 게 없다. 지금은 운동을 더 열심히 할 시기다'고 조언했었다"고 말했다.
구자욱의 경우도 시즌 중 타구의 질이 나빠지려고 할 때 김 코치와의 '특타(특별타격훈련)'를 통해 타격 밸런스를 잡은 게 효과를 봤다. 타석에서 방망이 출발점의 위치를 조정한 결과, 스윙 궤적이 간결해지고 타구의 질과 비거리가 좋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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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타팀 코치들은 삼성 구단 지도자들을 부러워한다. '재료(선수)'가 좋은 데 당연히 '음식(결과)'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그렇지만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면서도 매년 새로운 선수가 튀어나오고 있다는 것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외야수 박해민이 등장했고, 올해 구자욱이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포수 이지영(0.323)까지 타율 3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 코치는 "팀이 승리하더라도 걱정거리가 있다. 잘 안 맞고 있는 선수의 문제점을 찾아서 살려놓는 게 내 일이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또 잘 하는 다른 팀에선 어떻게 가르치는지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김 코치에 대한 주변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삼성 주장을 지낸 4번 타자 최형우는 "김 코치님은 명쾌하다. 주문이 많지 않다. 족집게 처럼 딱 안 되는 걸 찍어준다"고 말했다. 조성환 해설위원은 "김 코치님의 지도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봤다. 선수들이 뭘 필요로 하는 지를 아는 지도자다. 선수를 끌고 가지 않고 선수에게 맞는 처방전을 잘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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