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57호페이스 박병호, 전성기 이승엽에 초근접중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8-18 08:28


지난 17일 롯데전에서 만루홈런으로 개인통산 200홈런을 달성한 넥센 박병호는 경기후 이승엽(삼성)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얼굴이 상기됐다. 박병호는 '이승엽의 후계자'라는 말에 "이승엽 선배님과 같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참 죄송스런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우상에 대한 존경과 박병호의 겸손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승엽이 콕 집어 '400홈런을 넘어설 수 있는 후배'라고 했다. 지난해 52홈런에 이어 올해도 43홈런을 날리고 있다. 게임수가 늘어났다지만 이대로라면 57홈런이 가능하다. 실현된다면 한시즌 최다홈런신기록 경신. 박병호는 '전성기 이승엽'에 초근접중이다.


지난 시즌 경기중 이승엽(오른쪽)과 박병호. 홈런왕으로 한시즌을 보낸다는 것. 그 중압감을 알기에 이승엽은 타팀 후배지만 박병호를 보는 시선이 따사롭다. 스포츠조선DB
이승엽과 박병호는 10년 차이다. 이승엽이 만으로 39세, 박병호가 29세다. 둘다 여름에 태어났다. 유난히 여름에 강한 이유가 이 때문일까. 2000년대 초반 이승엽의 라이벌이었던 심정수가 있지만 분위기는 역대 프로야구 오른손 최대 거포는 박병호로 모아지는 추세다. 아무도 오르지 못한 4년 연속 홈런왕과 4년 연속 타점왕, 여기에 2년 연속 50홈런이라는 대단한 기록에 도전중이다.

박병호는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약점이 보강됐다. 삼진수에 비해 안타수가 늘었다. 홈런페이스는 경기수를 감안하면 1년전과 엇비슷하다. 특히 홈런타자의 공통 약점인 몸쪽공 공략이 향상됐다. 팔을 제대로 펴지 않고 휘둘러도 125m짜리 큼지막한 아치를 그릴 수 있다. 벼락같은 스윙으로 홈런 70개를 넘어섰던 배리 본즈의 짧은 궤적이 떠오른다.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6월 3일 포항 롯데전에서 400홈런을 때린 이승엽. 한국나이 불혹에 여전히 그는 홈런타자로 살아가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6.03.
그렇다면 이승엽의 전성기는? 박병호가 LG에서의 무명시절, 상무, 넥센으로의 트레이드 이후 타격에 눈을 뜰때까지 7년을 보낸 반면 이승엽은 처음부터 주전이었다. 1995년 고졸로 삼성에 입단한 뒤 첫해 타율 0.285, 13홈런 73타점으로 이름을 알렸고, 다음해 타율 0.303 9홈런 76타점. 1997년 드디어 홈런스윙으로 갈아탄 뒤 타율 0.329 32홈런 114타점으로 홈런왕이 됐다. 불과 21세 때 일이다. 이승엽의 타자의 최고전성기라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일본에서 보냈다.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고, 자신의 역량도 입증했다. 국내시절 전성기는 23세인 1999년(타율 0.323 54홈런 123타점)과 27세 때인 2003년(타율 0.301 56홈런 144타점, 아시아홈런신기록 경신)이다. 2003년 이승엽의 성적을 놓고 보면 지난해 박병호와 상당히 흡사하다. 당시 이승엽의 장타율은 0.699, 출루율은 0.428이었다. 지난해 박병호는 타율 0.303 52홈런 124타점을 올렸다. 장타율은 0.686, 출루율은 0.433. 스윙스타일 차이는 삼진수로 알 수 있다. 이승엽의 삼진은 89개였고, 박병호는 142개였다. 콤팩트한 스윙과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에선 이승엽이 우위였다.


17일 롯데전에서 개인통산 200홈런을 때린 박병호. 만루홈런을 치고 들오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8.17/
하지만 박병호는 올해 진화했다. 타율이 0.350(3위)까지 치솟았고, 타점은 116개(1위). 시즌 타점 페이스는 156개. 이승엽의 한시즌 최다타점(2003년 144개)을 넘을 확률이 높다. 2003년엔 133게임, 올해는 144게임임을 감안해도 엄청난 수치다. 올시즌 박병호는 전성기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중요한 것은 박병호의 최고 전성기가 언제인가라는 점. 지난해 박병호를 놓고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꽤 있었다. 현실적으로 다시 50홈런을 때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봤다. 뒤를 받치던 강정호가 미국으로 떠나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회피할 것이고, 견제는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에 박병호는 파워를 더 키우고, 스윙을 개조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올해도 삼진이 128개로 적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투수들이 파고들만한 이 '허점'이 홈런을 때릴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다. 내년 미국에서 뛸 확률이 높지만 박병호의 최고 전성기가 올해일지, 내년일지, 내후년일지 알수 없다. 그는 여전히 진화중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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