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박병호(넥센)와 테임즈(NC) 중 누가 시즌 MVP,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여기저기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둘 다 너무 잘하고 있다. 공동수상을 하면 안되나"라며 되묻기도 했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시즌 MVP는 기자단 투표, 골든글러브는 기자단-야구관계자 종합투표로 수상자가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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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크게 3가지다. 요동치는 팀성적 종착역, 귀한 기록 달성여부, 타격 트리플크라운(타율-홈런-타점)에서의 우위 등이다.
팀성적은 공헌도와 직결된다. 시즌이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선두권 뿐만 아니라 중위권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5위 한화가 4.5게임 앞서 있는 4위 넥센을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NC와 넥센도 4게임차인데 끝나봐야 안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선수의 성적은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다. 시즌 MVP 투표는 페넨트레이스 종료후, 골든글러브 투표는 한국시리즈 직후 실시된다.
여기에 타율과 홈런, 타점의 최종승자가 다소 플러스를 받게 된다. 타율은 테임즈, 홈런은 박병호가 앞서고 있고, 타점은 박빙으로 봐야 한다. 역대 MVP를 봐도 투수는 타승, 타자는 홈런왕 메리트가 가장 컸다.
테임즈가 외국인이어서 시즌 MVP에서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일부에서 이런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록과 팀공헌도에서 앞선다면 테임즈가 불리할 이유가 없다. 기자단 개개인의 공정한 판단에 의해 투표가 진행되겠지만 외국인선수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됐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지 18시즌째다. 국내선수와 같은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 역대 외국인선수 시즌 MVP는 두차례 있었다. 1998년 타이론 우즈(두산)가 시즌 최다홈런신기록(42)으로 신드롬을 만들며 시즌 MVP가 됐고, 2007년 리오스(두산)가 22승(5패)으로 MVP가 됐다.
MVP 활약을 펼쳤는데 MVP를 받지 못한 선수는 없었다. 경쟁에서 아쉬움을 곱씹은 경우는 있었지만 누가봐도 MVP인데 받지 못한 적은 없었다. 역대 타격왕 중 외국인선수는 없다. 홈런왕은 1998년 우즈와 2005년 현대 서튼으로 두번 있었다. 타점은 1998년 그해 우즈와 2001년 우즈, 2005년 서튼, 2008년 가르시아(롯데) 등 4차례 있었다. 서튼과 가르시아는 타율이 큰 마이너스였다. 지난해 넥센 에이스 밴헤켄이 20승을 따냈지만 역대 최초 200안타를 달성한 서건창의 임팩트를 넘지 못했다. 모두가 수긍할만한 수상이었다.
프로농구의 경우 외국인선수가 시즌 MVP를 따낸 적은 없다. 외국인선수상이 따로있기 때문에(최근 몇년간 사라졌다가 지난 시즌 부활) 더욱 그렇다. 농구의 경우 용병 의존도가 상당하다. 어시스트나 가로채기를 제외하면 공격 전부문을 용병들이 휩쓸 정도다. 이렇기 때문에 맹활약하는 국내선수가 있으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반대효과'도 있다.
프로야구는 그렇지 않다. 실력이 없고, 리그에 적응을 못해서 쫓겨가는 외국인선수가 부지기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다와도 눈칫밥을 먹어야할 때가 있다. 외국인선수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들을 보는 시선도 국내선수와 다를 바 없다. 또 외국인선수 제도가 정착되고 무르익으면서 한시즌 뛰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한팀에서 국내선수만큼 사랑받고 인정받기도 한다. 프로야구의 발전은 이같은 공정성이 토대가 돼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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