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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한기주, 지금부터 새시즌이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7-16 10:29 | 최종수정 2015-07-16 10:40


14일 불펜 피칭에 나선 KIA 한기주.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2006년 동성고를 졸업하고 KBO리그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 10억원을 받고 입단. 통산 203경기에 출전해 21승25패70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3.00에 그쳤다. 최고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한기주(28)의 시계는 지난 3년 간 멈춰 있었다.

데뷔 시즌에 10승(11패)을 거둔 한기주는 2007년 마무리로 나서 25세이브(2승3패), 2008년 26세이브(3승2패)를 기록한 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훈련, 손가락 수술 후 재활훈련, 어깨 수술이 이어졌다. 한때 '동기생' 류현진(LA 다저스)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괴물 투수'는 서서히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2012년 8월 17일 LG 트윈스전 이후 1군에서 볼 수 없었던 한기주가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2년10개월25일, 1060일 만의 1군 선수단 합류였다.

최고 158㎞까지 나왔던 강속구는 지금 기대할 수 없다. 2군 경기에서 최고 146km까지 찍었는데, 평균 구속은 140㎞대 초반이다. 비가 쏟아지던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출발점에 선 한기주를 만났다. 오랫동안 과거형에 갖혀 있던 한기주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오랜 재활훈련을 견뎠다"고 했다.

아프지 안은 몸, 재기의 출발이다.

한기주는 마지막 등판 경기를 기억하지 못했다. 사실 기억할 이유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수술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지난한 재활치료, 재활훈련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투수의 생명줄과 같은 어깨에 칼을 댔을 때다. 팔꿈치 등 다른 부위는 수술을 받아도 씩씩하게 다시 던질 수 있는데, 어깨는 크게 다르다.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 예전 구위를 되찾기도 어렵다.


한기주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며 "어깨 수술은 100명 중 2~3명이 성공한다고 얘기를 들었다. 어깨 수술을 했을 때가 고비였다. 야구를 하다보면 어디든지 아플 수가 있지만 어깨는 너무 힘들다"며 "재활훈련 기간에 힘든 게 많았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냈다"고 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어깨 수술 후 재기에 복귀에 성공한 경우는 박명환(NC 다이노스) 정도다. 이제 한기주가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한기주는 지난 4월 23일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리그(2군) 화성 히어로즈전에 선발로 나섰다. 첫 공식경기 등판이었던 이 경기에서 5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져 4안타 2실점. 최고 구속이 141㎞ 나왔다.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KIA 한기주.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먼저 3군 소속으로 대학팀을 상대로 던졌지만 2군 경기에 등판했을 때 확신이 생겼다. 예전처럼 좋은 공을 던져서가 아니라, 일단 안 아픈 게 좋았다."

1군 복귀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프지 않은 몸. 오랫동안 한기주가 간절하게 바랐던 것이다.

10km 떨어진 스피드, 살아남아야 한다.

잃어버린 3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소속팀 KIA는 3년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코칭스태프가 바뀌었으며, 새얼굴들이 다수 등장했다. 한기주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구속 저하다.

거침없이 뻗어가던 시절에는 150km를 쉽게 던졌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전광판에 150km에 육박하는 구속이 찍혔다. 앞으로 광속구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기주는 어깨 수술 안 했다면 구속 욕심을 내겠지만, 예전처럼 어깨 회전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물론, 1군에서 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마운드에 서면 무서운 게 없던 때가 있었다.

"예전에는 타자가 누구든 '힘대 힘'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지금은 코너워크 위주로 최대한 타자가 못 치는 쪽으로 던져야한다. 스피드를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깨에 과부하가 생길 것 같다."

시련의 시작은 팔꿈치 통증. 입단 초부터 팔꿈치 통증을 안고 던졌다. 프로 선수 대다수가 잔부상을 달도 다니면서도 치고, 던지고, 달린다.

팔꿈치가 안 좋은 상태에서도 150km를 던졌는데, 3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면 스피드와 힘이 '뚝' 떨어졌다. 입단 2년차인 2007년에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이유다. 그는 "팔꿈치가 안 좋아 다른 쪽으로 힘을 쓰다보니 손가락, 어깨 부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그동안 한기주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올해는 전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기가 불투명한 한기주를 불확실한 전력으로 분류했다. 이제부터 한기주가 보여줘야 할 게 많다. 구속도 지금보다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올해는 복습을 하고, 게임 감각을 익히는 시즌이다. 한기주는 "내년에는 공을 확실하게 만들어 성적을 내겠다. 그동안 타자들이 많이 바뀌었다. 올해는 이들을 상대로 싸워 어떻게 반응하는 지 알고 싶다"고 했다.


14일 불펜피칭중인 KIA 한기주.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7월, 지금부터 새 시즌이다.

지난해 9월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한기주는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었다. 서울의 재활훈련 전문 센터에서 복귀를 준비했다. 긴 시간이 필요한 재활과정이다보니 외부 훈련이 더 효율적이었다.

동성고 시절의 한기주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탐내는 투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역대 신인 계약금 10억원을 받고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경험을 쌓고 나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상 전과 부상 이후에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고 공 한개 한개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을 더질 때는 이걸 던지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장난처럼 재미있게 던진다는 생각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대진 KIA 1군 투수코치는 어깨 수술을 받고 재기를 노렸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 코치는 3년 만에 1군에 올라온 한기주에게 "절대로 무리하지 말라"고 말한다.

올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아프지 않고 던지면서 부상없이 내년 시즌을 맞는 것이다. 한기주는 2군에서 많이 맞았다고 했다. 1군에서 안 맞으면 좋겠지만 맞아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반기가 끝나는 7월에 돌아온 한기주. 그에게 지금 새 시즌이 앞에 있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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