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스포츠에 금지약물 폭풍이 몰아쳤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까지. 약물 스캔들이 주는 충격파는 이미 해외사례에서도 수차례 목격했다. 프로야구 한화 최진행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모르고 복용했다"고 했다. 프로축구 제주 강수일은 "모르고 발모제를 발랐다"고 했다. 프로배구 흥국생명 곽유화는 "건강식품(한약)을 모르고 먹었다"고 했다가 뒤늦게 다이어트 약을 복용했음을 시인했다. 청문회 위증논란도 일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이 약물 의혹에 휩싸였을 때 믿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의 활약에 열광했으나 팬들은 그들의 플레이 뿐만 아니라 모습 전체를 보고 감동을 받게 된다. '좋은 선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라 믿었기에 거짓으로 일관한 행동에 치를 떨었다. 프로의식,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구에 비해 국내는 선수들의 '좋은 기량=좋은 인격'이라는 시선이 더 많이 있다. 박태환의 약물 스캔들이 주는 충격이 컸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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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행 반도핑 규정 위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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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약물 복용 선수들에게서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변명, 발뺌, 사건 축소 등을 시도한다. 유명선수일수록 더 그랬다.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때로는 눈물로 호소해 팬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금지약물 복용은 사실로 드러난다.
일반인도 아는 도핑 상식을 선수가 모를 확률은 절반 이하. 프로선수라면 그 확률은 다시 절반 이하(25%)로 낮아진다. 경기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약물을 프로선수가 몰랐을 확률은 더 낮아진다. 이러한 모든 우연의 가정들이 합쳐져 억울한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더 낮다. 약물 의혹을 받은 선수중 결백이 입증된 선수가 거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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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14-2015 여자프로배구 경기가 23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수지와 곽유화(오른쪽)가 블로킹을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성남=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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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선수들의 활동 시기는 예전에 비해 길어졌지만 마냥 길진 않다. 짧은 기간 맹활약해야 한다. 최근엔 시장이 커져 그들이 받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약물을 향해 검은 손을 뻗을 확률도 높아졌다.
같은 이유로 금지약물에 대한 인식개선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각 단체, 각 구단의 약물에 대한 교육도 예전에 비해 크게 강화됐다. 선수들은 '아무 약이나 먹지 마라, 의심이 생기면 꼭 구단에 물어봐야 한다. 잘못되면 큰일 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감기약이나 작은 연고도 구단을 통해 받는 선수들이 덜컥 금지약물이 포함된 '의문스런 약'에 손을 댄 정확한 이유는 자신들이 아니면 알 수 없다.
금지약물은 팬들 사이에 불신을 키우는 독버섯이다. 갑자기 개인성적이 좋아지고 기록이 향상되면 '약물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부터 나온다. 멀쩡하게 피눈물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해 기량을 끌어올려도 쓸데없는 의심을 사게된다. 이는 다른 선수들의 도덕성과 진전성을 공격해 프로스포츠 전체를 멍들게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없을 순 없지만 강력한 징계와 금지약물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강도높은 교육이 뒷받침돼야하는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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