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을 땐 '잇몸'을 쓸 수 밖에 없다. 주전 타자들의 대거 부상 이탈로 공격력이 약화된 한화 이글스의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게 있다. 김성근 감독(73)이 위기 상황을 위해 준비해 둔 '플랜'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한화가 끈질기게 5할 승률을 지켜내는 원동력이다.
|
김태균도 허벅지 햄스트링 증세로 지난 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20일간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있었다. 그러다 30일 울산 롯데전에 드디어 선발로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은 듯 '지명타자'로 출격했다. 김 감독은 "(안쓰고 싶었지만) 내보낼 선수가 없다"며 김태균의 출전을 안타까워했다.
이들 세 선수의 이탈로 인해 한화의 공격력이 크게 약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김경언의 이탈은 '대체가능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더 큰 손실을 안기고 있다. 출루율과 득점권타율 면에서 김경언과 같은 유형의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태균의 공백은 최진행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확실히 김경언이 빠진 여파는 지난 28일부터 뚜렷해지고 있다. 이후 치른 3경기에서 한화의 팀 득점력은 경기당 3.67점으로 뚝 떨어졌다.
|
타선에서도 이런 위기 플랜이 가동된다. 30일에 나온 이성열의 대타 스리런 역전홈런이 대표적인 장면. 이 홈런이 나오게 된 배경을 따져보려면 이날의 선발 중견수가 정근우였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김 감독은 김경언이 다친 뒤 본격적으로 '외야수 정근우'의 시스템을 준비하고 가동했다. 외야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단 정근우가 외야도 가능해졌다는 건 여러가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날 경기처럼 초반에 선발로 나가면 이성열 등 힘있는 외야요원을 대타로 아껴둘 수 있다. 또는 경기 후반 대타 사용으로 엔트리가 부족해지면 정근우가 외야나 2루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설게만 보였던 방법들이 결국 위기 상황 앞에서는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상식의 틀을 거부하는 김 감독의 다양한 방법이 지금의 한화를 버티고 있는 힘이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