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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당했다. 두산 유네스키 마야가 무려 11실점을 했다. 4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1회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내야안타를 맞았다. 김민성에게 우전안타를 허용, 2사 1, 2루의 위기. 마야는 2B 1S 상황에서 143㎞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나 타자 몸쪽에서 약간 높았다. 실투성 투구였다.
넥센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감을 가지고 있는 유한준이 놓칠 리 없었다. 왼쪽 펜스를 넘겼다. 비거리는 110m.
결국 또 다시 유한준에게 몸쪽 슬라이더를 던져 만루홈런을 맞았다. 윤석민에게도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완전히 무너졌다. 3회 2개의 삼진을 뽑아냈지만, 때는 늦었다.
그는 지난 9일 잠실 넥센전에서 프로통산 12번째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12일 만의 등판.
너무나 극적이다. 노히트 노런과 3이닝 11실점. 극과 극 피칭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단 마야의 마인드 컨트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마야는 기본적으로 매우 묵직한 투구를 한다. 140㎞ 중, 후반대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 그리고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진다. 때문에 쉽게 공략당할 수 있는 공을 지닌 선수는 아니다. 두산이 지난 시즌 교체 외국인 선수였던 마야와 재계약한 이유다. 즉, 그가 어떻게 볼배합을 하느냐,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날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마야의 팔(이 나오는 각도) 자체가 지난 3일 롯데전부터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때문에 9일 경기를 앞두고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즉, 투구 메커니즘이나 구위 자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는 의미.
실제 넥센전 노히트 노런을 한 뒤 두산 포수 양의지는 "경기 전 마야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날 적극적으로 커브를 많이 구사했다. 구속을 줄인 상태에서 제구력이 중심이 됐다. 커브를 많이 활용하면서 넥센 타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강요했다. 노히트 노런의 배경이 됐다.
21일도 마야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무기인 커브의 제구력 자체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타자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가 그리 많지 않았다.
반면, 신중한 마인드 자체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의 구위는 따라오지 못하는데, 과도한 자신감은 독이 됐다. 결국 1회 2사 1, 2루에서 높은 패스트볼이 들어갔다. 결국 유한준의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반면 넥센은 철저하게 냉정했다. 다혈질인 마야의 성향을 적극 이용했다. 철저한 희생번트와 과감한 스퀴즈 번트로 마야를 야금야금 무너뜨렸다. 결국 2회 유한준의 그랜드 슬램과 윤석민의 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무대가 바뀐 부분도 약간의 악영향을 줬다. 노히트노런은 잠실, 11실점은 목동에서 나왔다. 마야는 지난 시즌 목동에 기억이 좋지 않다. 1경기에 나서 9피안타 3피홈런, 9실점을 했다. 4이닝만을 소화했다. 그런 악몽이 이어졌다.
복합적 변수가 얽혔다. 결국 극과 극의 결과가 도출됐다. 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