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대형FA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먹튀'란 단어가 늘 따라다닌다. FA는 과거에 대한 보상,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묘하게 섞여 있다. 거액 계약을 하면 선수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주위 시선과 기대가 한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봉이 높으면 높을 수록 '몸값 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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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인 구자욱(22)에게 보여준 형다운 면모도 인상적이었다. 5회말 2사 1루에서 구자욱은 NC8번타자 김태군이 초구를 건드려 1루수 파울 플라이를 쳤는데 쉬운 타구를 잡다 놓쳤다. 황당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구자욱. 안그래도 수비 실책이 몇 차례 나와 주눅이 들어있던 꿈나무 후배였다. 고개를 숙이는 동생에게 윤성환은 괜찮다는 제스처로 쿨하게 넘어갔다. 오히려 구자욱을 안심시키는 모습이었다. 이후 5개의 볼을 더 던지며 3루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정도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막을 수 있다'는 윤성환의 자신감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동료의 어려움도 감싸안을 수 있는 배포, 팀 전체를 돋보이게 하는 존재감. 이것이 에이스다.
윤성환은 경기후 무4사구 경기에 대해 "볼넷을 주지 않으려 매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했다. 잘 나간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고 늘 그렇듯 다음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마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