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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 에이스의 품격이란 이런 것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4-22 08:35 | 최종수정 2015-04-22 08:35


프로야구에서 대형FA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먹튀'란 단어가 늘 따라다닌다. FA는 과거에 대한 보상,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묘하게 섞여 있다. 거액 계약을 하면 선수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주위 시선과 기대가 한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봉이 높으면 높을 수록 '몸값 하기' 쉽지 않다.

삼성 윤성환(34)이 지난해 80억원의 대형 FA계약을 할때만해도 논란이 컸다. FA거품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보다 30대 중반인 나이, 강속구가 아닌 최고 140㎞ 초반의 볼스피드 등등. 하지만 2015년 윤성환은 모든 것을 뛰어넘어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 윤성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08
올시즌 4경기에서 3승1패(다승 공동 선두), 평균자책점 1.44(1위). 탈삼진 28개(1위). 강속구 투수가 아니지만 윤성환은 그 어떤 투수들보다 더 많은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공격적으로 타자를 몰아붙이기에 가능했다. 삼성 덕아웃이나 삼성팬들은 윤성환이 마운드에 서면 마음이 편할 수 밖에 없다. 삼성팬들 사이에선 벌써 "80억원이 아깝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1일 마산 NC전에서 보여준 피칭은 올시즌 최고급이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후 "대단한 피칭을 보여줬다"며 극찬했다. 7이닝 동안 무4사구 2안타 무실점의 역투. 90개의 공만으로 공격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날까지 팀타율 1위였던 NC타선을 봉합했다.

띠동갑인 구자욱(22)에게 보여준 형다운 면모도 인상적이었다. 5회말 2사 1루에서 구자욱은 NC8번타자 김태군이 초구를 건드려 1루수 파울 플라이를 쳤는데 쉬운 타구를 잡다 놓쳤다. 황당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구자욱. 안그래도 수비 실책이 몇 차례 나와 주눅이 들어있던 꿈나무 후배였다. 고개를 숙이는 동생에게 윤성환은 괜찮다는 제스처로 쿨하게 넘어갔다. 오히려 구자욱을 안심시키는 모습이었다. 이후 5개의 볼을 더 던지며 3루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정도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막을 수 있다'는 윤성환의 자신감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동료의 어려움도 감싸안을 수 있는 배포, 팀 전체를 돋보이게 하는 존재감. 이것이 에이스다.

윤성환은 경기후 무4사구 경기에 대해 "볼넷을 주지 않으려 매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했다. 잘 나간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고 늘 그렇듯 다음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마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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