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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LG 지명받은 정규식과 한신 투수의 우정

기사입력 2014-09-01 15:02 | 최종수정 2014-09-02 06:02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 이날 드래프트에서는 해외파 선수들이 지명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그 가운데 LG 트윈스가 4순위에서 선택한 포수 정규식(24)의 지명 소식을 듣고 기뻐한 한 일본 프로야구 선수가 있었다. 정규식이 오사카 학원대학 시절에 배터리를 이뤘던 한신 타이거즈의 우완 투수 가네다 가즈유키(24)다.

한신은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중요한 3연전을 치렀다. 경기 전에 그라운드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만난 가네다에게 필자는 정규식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가네다는 "어제(8월 25일) 그에게서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다는 전화가 왔습니다"며 반가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가네다는 정규식과 1990년 생 동갑내기다. 미야코노조 상업고을 졸업한 가네다와 교토국제고 출신의 정규식은 오사카 학원대 야구부에서 만났다.

"정규식은 고교 때부터 일본에서 살아 일본어 의사소통은 문제 없었습니다. 원래 기가 센 성격인데 포수로서 저에게 항상 신경을 써 줬습니다. 제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배려를 해줬어요." 가네다는 차분한 말투로 대학시절의 정규식을 기억했다.

둘은 대학 3학년 때인 2011년 명예로운 상을 받았다. 오사카 학원대 야구부가 소속된 간사이6대학 리그의 추계리그 '베스트 9'에 뽑힌 것이다. 당시 오사카 학원대는 리그 4위였는데도, 가네다와 정규식은 배터리로 함께 영예를 안았다.

가네다는 또 정규식과 영원히 잊지 못할 경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4학년 때 춘계리그 오사카 경제대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했습니다. 8회까지 우리가 0-2로 지고 있었는데, 9회초에 정규식이 투런홈런을 쳐 동점이 됐습니다. 연장전에 들어가서도 저는 마운드에 올랐는데 10회말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습니다. 그 때 포수 마스크를 쓴 정규식이 아주 아쉬워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고 했다.

가네다는 빠른 직구와 탁월한 제구력을 무기로 대학 4학년 때 드래프트에서 한신으로부터 5순위로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정규식도 일본 프로야구를 목표로 했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네다를 담당했던 한신의 야마모토 노리후미 스카우트는 당시의 정규식을 떠올리며 "'조금 더 몸쪽을 요구하는 리드를 하면 좋았을텐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고양 원더스에서 성장한 것 같아요. 일본에서 배운 것이 많은데다 발이 빠르다는 점도 매력입니다"고 했다.

프로 2년차인 가네다는 올시즌 35경기에 등판해 선발승 한 개를 포함해 5승1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중이다. 지난달 27일 요미우리전에서는 9회말 4-4 동점 상황에서 등판해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한신은 10회초 2점을 뽑았고, 10회말에 오승환을 투입해 리드를 지키면서 가네다는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가네다는 "LG는 2월에 연습경기를 했던 팀으로서 알고 있었어요. 앞으로 그런 기회에서 만날 수도 있겠네요"라고 했다. 가네다와 정규식이 연습경기가 아닌 국제대회에서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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