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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비에 씻겨간 타격감이 결국 독이됐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8-31 14:45


SK와 KIA의 주중 2연전 첫번째 경기가 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KIA 이범호가 SK 벤와트의 투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8.07/

이제는 4위가 문제가 아니다. KIA 타이거즈는 지금 최하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3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2대7로 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KIA는 단독 8위로 내려앉아버렸다. 그러면서 9위 한화 이글스에도 불과 1경기차이로 추격당했다. 자칫하면 시즌 처음으로 최하위의 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KIA는 4위 탈환에 대한 희망을 크게 갖고 있었다. 7월22일에 KIA는 단독 5위였다. 그러나 이후 순위는 지속적으로 내려갔다. 최근 한 달간의 꾸준한 부진. 피상적인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선발을 비롯한 투수진의 계속되는 불안함. 타선의 침묵. 수비 집중력의 상실 등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8월에 무려 11번이나 겪은 우천 취소에 따른 밸런스 붕괴로 봐야한다. 우천 취소로 휴식이 길어지는 바람에 선수들이 경기 감각과 집중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8월 중순을 경계로 뚜렷이 구분된다. 8월21일 이전까지와 22일 이후의 득점력이 크게 차이난다. 이 구분은 우천 취소가 집중된 시기와 그 이후다. 21일까지 KIA는 무려 9번의 우천 취소를 겪었고, 22일 이후에는 2번 우천 취소를 겪었다. 21일까지 9번의 우천 취소 이후 22일부터 그나마 정상적으로 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KIA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긴 휴식'-'정상 일정'의 변환 과정에서 팀 타율과 득점력이 뚝 떨어진 것이다. 21일까지 KIA는 9경기를 하며 팀 타율 2할7푼5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팀 득점은 82점으로 가장 적었지만, 경기 자체를 다른 팀에 비해 적게 해서 나온 결과다. 경기당 득점율로 따지면 9점이 약간 넘는다.

그런데 22일 이후 KIA는 7경기에서 타율 2할5푼4리에 28득점밖에 하지 못했다. 경기당 4점으로 득점율이 뚝 떨어진 것이다. LG도 마찬가지로 7경기를 했지만, 오히려 득점은 34점으로 KIA보다 높았다. 잔루는 많아지고 출루율은 줄었다.

30일 SK전은 이런 KIA의 현주소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KIA의 이날 잔루수는 8개다. SK의 딱 2배였다. 1회 무사 2루, 4회 무사 2루, 5회 1사 2루, 9회 무사 1, 2루 등 무수히 많은 득점 기회가 찾아왔지만,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찬스에서 빈약한 해결력을 보여줬다. 비로 인해 누적된 경기 감각 상실이 현실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선 감독은 최근 선수단의 부진에 대해 "하루 빨리 정상 컨디션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완전히 무뎌진 타격감 등의 경기 감각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상대를 제압할 힘이 없다는 걸 알고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진단은 있어도, 그 해결책은 뚜렷이 없다는 게 현재 KIA의 고민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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