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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포수가 앉아있는 홈플레이트 부근을 '안방'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야구의 홈플레이트는 100% 안방 마님의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안방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포수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들어오는 손님에게도 여유를 내줘야 한다. 포수의 홈 블로킹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수의 홈 블로킹. 항상 논란을 야기한다. 접전 순간에 포수는 홈을 막아야 한다. 점수를 주지 않을 포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단, 이는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때 송구가 자신의 미트에 도달했다는 가정 하에서다. 송구가 오지도 않았는데 점수를 주지 않겠다고 홈을 막아서고 있으면 반칙이다. 홈을 향해 파고드는 주자도 홈을 찍고 득점을 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언제 홈을 막아야 하나, 언제 비켜줘야 하나 정확한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애매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주자 입장에서 '왜 공이 오지도 않았는데 홈을 막아서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포수는 '충분히 접전 타이밍에 공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고 항변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날 플레이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접전 상황에 비해 확실히 박동원의 홈 블로킹은 한타이밍 빨랐다. 그렇다고 그냥 홈을 열어주기에도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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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은 "점수를 내야 하고, 막아야 하는 것은 프로 선수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면서도 "서로의 권리는 확실히 지켜주는 선에서 플레이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포수는 공이 오지 않는 순간에도 홈을 막아도 된다. 하지만 주자가 들어올 때 공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을 하면 주자의 홈 터치를 위해 발을 쓱 빼주는게 예의다. 베테랑 포수들의 경우 이 상황 판단을 빨리 한다. 그래서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 또는 주전급 선수가 아닌 백업 선수들이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무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주자 입장에서 포수가 무리하게 홈을 막아서고 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바디 체킹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홍성흔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바디 체킹에도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한다. 이 주자가 내 권리를 찾기 위해 안전하게 충돌을 하는지, 감정이 섞여 상대 포수를 다치게 하는 의도로 부딪히는지는 현장에서 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자면 상대 팀도 이 플레이에 대해 어떤 얘기도 꺼낼 수 없다. 하지만 후자면 다르다.
문제는 한국 선수들, 주자들이 자신들의 권리인 바디 체킹 플레이에 익숙지 않다는 것이다. 이병규도 마찬가지였다. 포수를 피해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야구판이 좁다. 학연-지연도 있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다. 언제 같은 팀 선수가 될 지 모른다. 때문에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무리한 인상을 주는 플레이를 최대한 자제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소속팀의 승리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주자, 포수들의 플레이는 아름답다. 단, 이 블로킹 상황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승리, 성적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몸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규도 자칫했으면 충돌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할 뻔 했다. 치열한 승부도 서로 다치지 않는 선에서 갈려야 아름다울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