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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호랑이'가 이제 '라이언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범호는 꾸준했다. 비록 2011시즌 후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시 10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이범호는 특유의 '해결사 본능'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 위력이 기어코 빛을 발했다. '아시아 홈런왕' 삼성 라이온즈의 천재 홈런타자 이승엽(38)과 같은 기록을 세웠다. 개인통산 10번째 만루홈런이 이범호의 방망이 끝에서 터져나왔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이승엽과 함께 가장 많은 수치다.
이범호는 2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5번 3루수로 선발출전해 5-0으로 앞선 2회초 2사 만루에서 좌중월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한화 선발 송창현을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낮은 직구(시속 138㎞)를 퍼올려 비거리 120m짜리 홈런을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겼다. 비거리는 120m.
때문에 앞으로 이범호는 만루홈런 1개만 더 추가하면 현역 선수 중 최다 만루홈런 보유자이자 역대 통산 공동 2위가 된다. 이승엽보다 5살이나 어린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범호가 이승엽을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박재홍에 이어 심정수를 넘어 역대 한국프로야구 최다 만루홈런 기록의 새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이범호는 올해 유난히 만루 기회에서 강했다. 이날까지 포함해 만루 찬스에서 6타수 4안타(3홈런) 17타점이나 달성했다. 올해에만 만루홈런 3개. 이 추세라면 시즌 중 기록 경신도 기대할 만 하다.
그러나 이범호는 이날 만루홈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역대 통산 3위의 기록을 세웠다는 말에 "벌써 10개나 쳤구나"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범호는 "사실 만루홈런보다는 팀이 연패를 끊은 게 더 큰 의미가 있다. 요즘 밸런스가 좋지 않아 자꾸 쫓기는 타격을 하고 있는데, 이번 만루홈런을 계기로 타격감과 밸런스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이범호다운 차분함이다. 이런 차분함과 꾸준함이 결국은 프로야구 역사의 금자탑으로 우뚝 설 날이 머지 않았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