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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인 연패 탈출이었다. 선발이 아닌, 불펜에도 힘이 있었다.
실제로 NC의 부진은 타격감 하락과 함께 선발투수들의 난조에서 왔다. 약점이던 불펜진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4연패 기간 경기 내용을 살펴 보면 알 수 있다.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5선발 이성민이 5이닝 2실점으로 선전했으나, 팀 타선이 무득점에 그치며 패배했다.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선발 웨버가 2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된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따라 붙어 7대8로 석패했다.
28일 롯데전은 에릭의 8이닝 4실점 완투패. 이날 역시 타선이 침묵했다. 29일 경기에선 5회 실책이 쏟아지며 선발 찰리가 4⅔이닝 9실점(1자책)으로 무너졌다. 28일 1득점, 29일 무득점으로 득점지원이 없는 가운데 불운까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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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타선은 5회말 상대 실책과 김종호, 테임즈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아 순식간에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NC 벤치가 움직였다. 선발 이재학을 5이닝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재학의 투구수는 89개였다. 5회 26개의 공을 던지면서 투구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전까지 투구수 관리엔 큰 문제가 없었다. 6회까지 맡길 수도 있었지만, 조기에 불펜을 가동했다.
대개 이런 경우 벤치에서 승부수를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좋지 않은 이재학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불펜을 믿은 것이다. 김 감독은 NC 불펜이 그럴 만한 힘이 있다고 봤다.
NC는 좌완 손정욱에게 ⅔이닝을 맡긴 뒤,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원종현에게 1⅔이닝을 맡겼다. 손정욱은 좌타자 박정권과 임 훈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원종현은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6회 2사 1루서 이대수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7회를 삼자범퇴로 마쳤다.
하지만 8회 위기가 왔다. 선두타자 스캇을 2루수 박민우의 실책으로 내보낸 것이다. 흔들린 원종현은 이재원에게 볼넷을 허용, 무사 1,2루가 됐다. 하지만 박정권을 149㎞짜리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네번째 투수는 베테랑 손민한, 하지만 손민한은 한동민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폭투로 4-4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폭투 이후 김성현을 삼진, 이대수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았으나 통한의 동점 허용이었다.
9회초는 마무리 김진성이 올라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막았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자기 공을 뿌리면서 9회말 공격까지 잘 이어줬다. 그 결과, NC는 9회말 김태군의 극적인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5대4 역전승을 거뒀다. 불펜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끝내기 승리였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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