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밴덴헐크가 선발 등판하는 대구구장의 전광판엔 그의 이름이 헐크라고 표기된다. 대구구장의 전광판에 선수 이름이 4자 이상 쓰기 힘들어 3자로 '밴덴헐'로 쓰는 것보다는 '헐크'로 표기하는게 팬들에게 더 친숙할 수 있기 때문. 또 그가 헐크처럼 힘찬 공을 뿌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지난 4월 15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서 1이닝만 던지고 어깨 통증을 호소했던 밴덴헐크는 23일이 지난 8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7이닝 동안 3안타 9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것.
지난해에도 좋은 피칭을 한 뒤 다시 부진에 빠지기도 했기에 1회성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25일 대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서는 국내데뷔 첫 완투승을 거뒀다. 9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내주고 11탈삼진 무4사구 2실점. 타자들이 초반에 대량득점을 해 18-0의 리드를 안고 던졌던 밴덴헐크는 8회까지 3안타 무실점의 쾌투를 했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완봉을 노렸다.
하지만 서건창에게 안타를 내준 뒤 박헌도에게 데뷔 첫 홈런을 맞으며 아쉬워했다.
115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중 85개가 직구였다. 최고 153㎞의 힘있는 직구를 타자들이 제대로 치지 못한 것. 슬라이더가 25개, 커브 5개를 더했지만 사실상 직구로 넥센의 강타선을 침묵시켰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밴덴헐크다. 지난해엔 팔이 처져서 던지는 스리쿼터형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내딛는 왼발도 포수쪽이 아닌 3루쪽으로 내딛는 크로스 형태로 나오면서 뭔가 불편했다.
발이 크로스로 나오니 몸을 틀어서 던지게 되고 그것이 제구력에 문제를 가져왔다.
또 팔이 처져서 내려오다보니 그의 주무기 중 하나인 커브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게 아닌 슬라이더처럼 옆으로 휘는 모습이었다. 볼넷이 많았고 퀵모션이 느려 도루까지 많이 허용했던 밴덴헐크였다.
전반기막판 2군에 내려가서는 카도쿠라 코치의 지도로 문제점을 바꾸기 시작했고 팔의 각도를 오리고 스탠스도 오픈으로 바꾸면서 좋은 피칭을 했다.
올해도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을 때 카도쿠라 코치가 투구폼을 교정해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오도록 했다. 제구력이 잡히고 구위는 더욱 좋아졌다. 4경기서 볼넷이 단 5개 밖에 없다는 점은 지난해 밴덴헐크를 봤던 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듯.
삼성 류중일 감독은 "팔의 각도가 올라가다 보니 위에서 내리꽂게 되고 그만큼 직구가 더 위력을 갖게 된다. 내리꽂으니 변화구 역시 좋아졌다"고 했다.
밴덴헐크가 완투승을 거뒀던 이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대구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와서 그런지 밴덴헐크가 더 잘던진 것같다"면서 "스카우트들이 밴덴헐크가 던질 때 와주면 좋겠다"라며 농담을 하기도.
이렇게 계속 좋은 피칭을 하면 내년시즌엔 삼성이 아닌 미국이나 일본으로 진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좋은 모습이다. 류 감독은 "돈을 더 많이 받고 간다면 박수쳐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가 계속 잘던져주길 바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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