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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장에 홈런포가 쏟아지고 있다. 6일까지 총 126경기에서 총 219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1.74홈런이 나온 셈이다. 2013시즌 전체 홈런은 798개였다. 총 576경기를 감안하면 경기당 홈런수는 1.39개였다.
'핸드볼 점수'가 너무 잦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이번 5월에만도 지난 1일 광주 KIA-SK전에서 KIA가 20득점을 뽑았다. 4일엔 롯데-SK전에서 16대4 스코어가 나왔다. 5일 넥센은 KIA를 상대로 16대8로 승리했다. 롯데는 6일 두산전에서 19대10으로 이겼다. 하루가 멀다하고 야구 점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대량 득점이 쏟아지고 있다.
또 한 이닝에 5득점 이상 쏟아지는 빅 이닝이 속출하고 있다. 6일 롯데-두산전에서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총 29득점이 나왔다. 롯데는 1회 6점, 2~3회 5점씩을 쓸어담았다. 두산은 3회 5점을 뽑았다.
야구에서 두자릿수 점수를 뽑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엔 너무 자주 나온다.
그 이유는?
전문가들은 류현진(LA다저스) 윤석민(볼티모어 오리올스)이 미국으로 진출한 후 국내야구에 진정한 토종 에이스는 없다고 보고 있다. 수치상으로 아직까지 이번 시즌 완투승 또는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가 없다. 타자를 구위로 윽박지르면서 승리를 안길 투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적다.
이러다보니 선발 투수들이 긴 이닝을 책임져주지 못한다. 벤치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고스란히 불펜 투수들에게 부담이 돌아간다. 불펜은 가동일수가 많아질수록 피로가 누적된다. 그만큼 시간이 갈수록 구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반면 올해 9팀의 타선들은 강해졌다. 2011시즌 이후 3년 만에 외국인 타자들이 돌아왔다. 롯데 히메네스, 두산 칸투, LG 조쉬벨, NC 테임즈, KIA 필, 넥센 로티노, 한화 피에 등 다수가 우려했던 것 이상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력과 동시에 정교함을 갖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들은 힘이 빠진 불펜 투수들을 자주 두들긴다.
또 각 팀 벤치에서의 투수 운영도 다득점 현상을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찌감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불펜의 필승조를 아끼는 대신 패전 처리투수를 투입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의 피칭이 힘이 좋고 집중력이 강한 외국인 타자들에게 주로 먹잇감이 되고 있다. 점수차가 더 벌어질 경우 벤치는 더욱 곤란에 빠지게 된다. 아낄 투수를 제외하고 나면 마운드에 올릴 선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두들겨 맞아도 그냥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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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타자들의 방망이가 기복이 있지만 어느 정도 타고투저 트렌드는 이번 시즌 내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일수 두산 베어스 감독은 "타고투저 현상이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야구에서 완봉이나 완투를 할 선발 투수감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펜 투수들에게 많은 부담이 돌아간다. 그들은 던질수록 체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시즌 초반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야구는 타자가 투수를 압도하고 있다. 6일 현재 팀 타율이 2할8푼 이상인 팀이 롯데 넥센 NC SK KIA LG 두산까지 7팀이다. 타율 꼴찌인 한화도 2할6푼3리. 팀 평균자책점은 가장 좋은 NC가 3.97이다. NC는 삼성 롯데와 함께 가장 좋은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고 있다. 최강 마운드라고 자타공인하는 삼성은 4.11이다. 한화 SK KIA는 평균자책점이 5점대다.
팀 홈런도 폭발하고 있다. 6일까지 총 219홈런이 나왔다. 넥센은 가장 많은 39홈런을 쳤다. 롯데는 30홈런, NC는 26홈런이다. 가장 적은 한화는 17홈런이다.
타고투저가 야구팬을 흥분시켜 경기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요즘 처럼 아마추어 야구식으로 너무 많은 점수가 나오고 경기 초반 추격의지가 꺾일 정도로 점수차가 벌어진다면 그 경기는 흥미를 잃게 된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국내야구는 하향 평준화, 저질야구라는 비판을 받게 될 수 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