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일본인들로부터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한국에 돔구장이 있어요"이다. 젊은 사람은 "돔구장이 몇 개나 있어요"라고 묻기도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대다수가 야외 야구장이 최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경기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먼저 교통 문제를 살펴보자.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교통정체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데, 관중 대부분은 지하철을 이용할 것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일역 플랫폼에 내리면 고척돔이 보인다. 가깝게 보여도 개찰구가 하나 밖에 없어 돔구장으로 가려면 안양천 위에 있는 고척교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조금 멀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일본의 돔구장도 지하철역 가까이에 위치한 경우는 많지 않다.
후쿠오카 야후 오크돔은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약 12분, 삿포로돔은 10분 정도 소요된다. 나고야돔은 2000년에 도보로 5분 거리에 지하철역이 생겼지만, 1997년 개장 때는 가장 가까운 역까지 15분을 걸어야 했다.
두 번째는 규모 부분이다. 지난해 서울 잠실구장과 인천 문학구장을 방문한 한 일본 구단의 마케팅 부장은 "2만7000석 정도면 야구 흥행을 위해 적당한 규모네요"라고 했다.
일본에 4만명 수용규모의 야구장이 있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도쿄돔을 빼면 매경기 만석이 쉽지 않다. 일본 구단 관계자는 빈자리가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석이 눈에 띄면 이미지가 나뻐질 수 있어 당일 현장 판매 때 일부러 좌석을 분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오사카의 교세라돔의 경우 2층석을 현수막으로 가리고 대부분의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구단 관계자는 "규모가 크면 냉난방비와 인건비가 많아져요"라고 덧붙였다. 2만2258석인 고척돔의 규모를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는 얘기다.
고척돔을 프로야구 팀이 홈구장으로 쓸 것인지, 또 이벤트 공간으로서 가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후에 상관없이 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하고, 그만큼 세계 야구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고척돔의 교통이나 규모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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