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시즌 한국시리즈는 '박한이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한이가 삼성을 들었다 놨다 했다. 1차전 왼손 중지 부상을 당하고 2차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은 홈에서 2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박한이가 돌아온 3차전부터 게임이 풀리기 시작했다. 특히, 5차전부터는 방망이가 완전히 살아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시리즈 24타수 7안타(2할9푼2리) 1홈런 6타점 6득점. 팀이 꼭 필요로할 때 타점과 득점을 만들어냈다. 결국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박한이는 "한국시리즈만 9번 출전해 MVP는 처음 받아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박한이의 꾸준함은 어디 가지 않았다. 2010, 2012 시즌 3할을 돌파했고 올 정규시즌에도 2할8푼3리 6홈런 55타점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올해 13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 기록이라는 훈장도 얻었다. 변치 않는 우익수 수비 실력도 그대로였다.
그렇게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하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죽어가던 팀을 살려냈다. 여기저기서 "첫 FA의 한을 제대로 풀 수 있겠다"는 얘기들을 꺼내고 있다.
또 당장 박한이를 대체할 선수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주전 중견수 배영섭이 군에 입대한다. 정형식 우동균 등 신예 외야수들이 있지만 박한이의 능력치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NC, KT의 가세로 FA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도 FA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박한이가 삼성을 떠난다는 자체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2001년 동국대 졸업 후 삼성에 입단해 13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프랜차이즈 스타를, 그것도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선수를 돈 때문에 떠나보낸다면 삼성 구단 이미지에도 타격이 된다.
물론, 구단도 고민을 할 것이다. 뛰어난 선수임이 분명하고 공로도 크지만 박한이의 나이가 34세인 점을 감안하면 계약 기간, 금액 등 천문학적인 계약을 해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결정은 삼성 구단의 몫이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