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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확정 LG' 유광점퍼 사재기 대란까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9-26 17:18 | 최종수정 2013-09-27 06:09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 저녁 일교차가 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광점퍼의 계절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간 LG는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선수들이야 동계 훈련을 하며 점퍼를 입을 수 있었지만, 팬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점퍼를 고이 장농 속에 모셔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LG는 지난 22일 11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아직 순위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정규시즌 1위를 향해 더욱 달려가야 하지만 팬들은 정규시즌 최종순위에 상관없이 마냥 기쁠 따름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더욱 좋다. 하지만 팬들이 지난 10년 동안 바라왔던 건 오직 하나, 지든 이기든 LG 선수들이 가을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목청 높여 소리쳐보는 것이었다. 이제는 당당히 유광점퍼를 입고 잠실구장을 찾을 수 있게 된 LG 팬들이다.

순식간에 6500벌이 동났다

LG의 상승세가 하늘을 찌른 6월, 지난 겨울 창고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던 유광점퍼가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다. LG는 팬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부랴부랴 추가 물량 제작에 들어갔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LG가 시즌 끝까지 버티겠어'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9월이 다 되도록 LG는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결국, 팬들의 욕구가 폭발했다. 지난 8월 말 일부 물량의 판매를 시작했는데,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양이 모두 동이났다. 온라인스토어는 서버가 하루종일 다운되기도 했다.

확인결과, 9월에만 팔린 점퍼의 양이 6500여벌에 달한다고 한다. 2차 예약까지 받아 차례차례 팬들에게 배송 중인데 이번 주말 마지막 주문 물량이 팬들에게 모두 배송될 예정이다.

사실, LG 구단 내부에서도 이렇게 관심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한다. 6500여벌 밖에 준비하지 못한 것도 재고로 남을 수 있다는 걱정의 시선 탓에 제작 규모를 줄인 탓이었다고 한다.

LG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또다시 점퍼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당장 점퍼가 필요한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있다. 28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 위치한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점퍼 판매를 재개한다. 물론, 물량이 충분하지는 않다.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10월 초 유광점퍼를 다시 만날 수 있다.



구입 열풍에 1인 1점퍼 판매까지…

이런 이상 열기에 좋지 않은 신호가 감지됐다. 유광점퍼를 구입하기가 어려워지자, 일부 팬들이 온라인 게시판 상에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유광점퍼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LG는 급하게 대책을 세웠고, 결국 1인 1점퍼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보통 온라인스토어에서 쇼핑을 할 경우,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때 원하는 수량을 지정할 수 있는데 유광점퍼에 한해서만 스토어 아이디 1개당 점퍼 1개씩 만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오프라인 스토어에서도 마찬가지. 한 사람이 여러벌의 점퍼를 한꺼번에 구매할 수 없게 했다. 일부팬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프로야구 티켓도 조직화된 암표상들이 한꺼번에 티켓을 구입해 일반팬들이 표를 살 수 없게 만들고, 암표로 파는 방식인데 응원을 위한 의류상품까지 이렇게 판매되는 것을 구단 입장에서는 지켜볼 수가 없었다.

LG 관계자는 "일부팬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이지만, 팬서비스의 일환인 유광점퍼 판매가 안좋은 쪽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구단 이익 위한 판매, 절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유광점퍼 대란을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LG가 유광점퍼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판매된 춘추용 유광점퍼 한 벌당 가격은 9만8000원. 6500벌이 팔렸다고 하면 총 판매액만 6억3700만원이 된다.

하지만 LG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LG의 한 관계자는 "유광점퍼 판매는 절대 수익사업이 아니다. 실제 점퍼 판매로 큰 이익이 나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순수히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준비를 했다는 게 LG측의 설명이다. 실제, 제작 원가와 판매가를 비교했을 대 기성 의류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LG 관계자는 "만약 점퍼 판매를 통해 돈을 벌려고 했다면, 고객 한 명에게 왜 점퍼 한 벌 만을 팔겠는가. 수십, 수백벌을 산다고 하면 우리는 팔면 그만일 것이다. 또 철저하게 시장 조사를 해 팬들이 원할 때 원하는 물량을 제작해 판매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야구단이지 옷을 파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의 팬서비스를 한다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야구가 확정됐지만, 유광점퍼를 통한 일체의 마케팅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혹시나 이를 통해 구단이 돈을 벌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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