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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보단 끝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현재 KIA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하지만 KIA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바로 검증되지 않은 마무리, 앤서니였다. 앤서니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차곡차곡 세이브를 쌓아갔다. 주자를 내보내면서 힘겹게 9회를 보내는 모습, 모든 게 '초보 마무리'로서 겪는 시행착오일 것으로 보였다.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보였던 앤서니의 성적은 정반대의 곡선을 그렸다. 급격한 내리막이었다. 결국 퇴출되기 전까지 30경기서 3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의 기록을 남겼다. 블론세이브는 4개. 2009년 유동훈(22세이브) 이후 4년만에 20세이브 투수가 탄생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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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마무리투수로 인해 골치가 아팠다면, 이젠 시즌 마무리를 위해 고심해야 할 시기다. 대개 후반기 순위싸움에서 밀려난 팀들은 '리빌딩'을 천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KIA는 이렇다 할 입장표명이 없다. 지난 17일 1군 코칭스태프 대폭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하긴 했지만, 전면적인 리빌딩 선언은 아니다.
팀 입장에서 리빌딩을 선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즌 전 우승을 목표로 했던 KIA로서는 더욱 자존심 상할 일이다. 리빌딩을 내거는 것은 곧 시즌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된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이미 미래를 기약하는 행보는 시작됐다. 현재 KIA 포수진이 갖추지 못한 송구능력을 가진 신인 포수 이홍구를 계속해서 기용하는 것과 최근 이종환 홍재호 등이 꾸준히 기회를 받는 것 등이 달라진 모습이다. 이외에도 갖은 세밀한 플레이를 다듬는 등 할 일은 많다. 남은 시즌을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즌 마무리를 잘 하는 건 내년을 위한 첫번째 준비다.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팀들이 포스트시즌에서 혈전을 치르는 동안,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먼저 대비하고, 일찌감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시즌, KIA의 행보에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