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넥센-LG전, 이래서 흥미롭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8-19 10:32


6연패의 넥센과 상승세의 LG가 스윕 시리즈를 놓고 16일 잠실에서 만났다. LG 마무리 봉중근이 9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넥센 강정호를 병살로 처리하고 팀 승리를 지켜낸 후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6.16/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와 함께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두팀인데, 느낌이 묘하게 갈라진다. 트윈스가 부잣집 막내아들 같은 분위기라면, 히어로즈는 눈빛 초롱초롱한 도전적인 소년 이미지다.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트윈스와 야구전문기업 히어로즈. 10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한 LG와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트윈스에 선수를 팔아야 했던 넥센. 최근 몇 년 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두 팀이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적이다.

트윈스는 베어스와 함께 서울을 대표해온 팀이고, 2008년 출범한 히어로즈는 트윈스와 베어스가 주도해온 서울 라이벌 구도를 최근 양자대결에서 삼각구도로 이끌었다. 한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히어로즈가 정상궤도에 올라 선전을 펼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특히 히어로즈와 트윈스는 만날 때마다 치열한 접접을 벌이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전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선두경쟁 중인 LG, 피말리는 4강 싸움에 내몰린 넥센이 20일부터 목동야구장에서 2연전을 한다. 남은 일정은 LG가 31경기, 넥센이 33게임. 1위 삼성과 게임차 없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트윈스나 5위 롯데에 2.5게임차로 쫓기고 있는 히어로즈 모두 갈길이 바쁘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매치다.

신바람야구로 부활한 LG가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뒤진 팀이 넥센이다. 삼성, 두산에 7승6패로 앞섰는데, 넥센에 4승7패로 밀렸다. 그렇다고 게임이 넥센이 주도해 일방적으로 흘러간 것도 아니다. 올해 벌어진 맞대결 11게임 중에서 3경기가 1점차, 4경기가 2점차, 1경기가 3점차로 승패가 갈렸다. 한 팀이 일방적으로 리드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접전이었다.

또 드라마같은 스토리가 있다.

4~5월에 열린 5경기에서 히어로즈가 4승1패로 트윈스를 압도했다. 히어로즈가 무서운 게 없었던 시즌 초반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LG가 6월 14일 부터 열린 3연전에서 넥센에 3전승을 거뒀다. 히어로즈의 이번 시즌 처음이자 유일한 스윕패였다. 당시 LG는 1차전에서 4대3, 3차전에서 5대4로 피말리는 1점차 승리를 거뒀다. 히어로즈로는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취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4연패 중이던 히어로즈는 LG에 3경기를 내준 후 연패가 8게임까지 이어졌다. 상대전적 4승4패.


넥센 염경엽 감독도 시계 선물 대열에 합류했다. LG 김기태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에 이어 올시즌에만 세번째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하지만 7월 2일부터 열린 3연전에서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히어로즈가 12대10, 6대3, 11대2로 트윈스에 스윕승을 거두며 10여일 만에 설욕을 한 것이다. 양쪽 코칭스태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사실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트윈스는 비교적 가장 편한(?)상대이다. 트윈스가 안 좋았던 시기에 히어로즈가 상대전적에서 앞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한 넥센 선수는 "올시즌 LG가 강해졌지만 이상하게 경기를 하다보면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히어로즈는 LG에 2011년 12승7패, 2012년 13승6패로 앞섰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는 LG를 상대로 지금까지 63승42패를 기록했는데, 올해 출범한 NC 다이노스를 제외하고 이 기간에 유일하게 상대적전에서 앞선 팀이 트윈스다.

맞수 대결에서는 늘 변수가 뒤따르지만, 최근 페이스는 LG가 훨씬 좋다. 8월 들어 10승5패, 승률 6할6푼7리를 기록한 LG는 이 기간에 팀 타율 2할7푼7리, 팀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5승1무7패(승률 4할1푼7리)에 팀 타율 2할6푼2리, 팀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한 히어로즈에 한참 앞선다.

양팀 사령탑의 인연도 특별하다. 김기태 LG 감독과 염경엽 넥센 감독은 널리 알려진 것 처럼 광주일고 동기생이고, LG에서 지도자-프런트로 함께했다. LG 스카우트, 운영팀장, 수비코치를 거친 염 감독은 누구보다 트윈스 사정에 밝다. 또 넥센 주포 박병호는 LG에서 히어로즈로 이적한 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타자로 거듭났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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