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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전승 류현진, '승리의 아이콘' 된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8-14 14:44



나왔다 하면 이긴다. 놀라운 페이스의 승수 추가, 그 속엔 류현진만의 '특장점'이 있었다.

'LA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12승(3패)을 달성했다. 14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팀의 4대1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기록은 7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 중 한 명인 상대 선발 맷 하비(6이닝 4실점)를 압도하는 피칭이었다. 12승으로 여전히 팀내 최다승 투수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11승)보다 1승을 더 수확했다. 메이저리그 신인투수 중 최다승 투수가 되면서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꾸준함 넘어선 괴력의 후반기 5전 전승, 6연승은 다저스 팀내 최다

현진은 후반기 들어 등판하는 경기마다 승리를 챙겼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3일 토론토전부터 5전 전승이다. 연승만 놓고 보면, 6연승째다. 이는 다저스 투수 중 올시즌 최다연승 기록. 잭 그레인키가 전반기 막판 기록한 5연승을 뛰어넘었다.

이쯤 되면 거의 '승리의 아이콘'이다. 다저스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라고 볼 수 있다. 다저스는 이날까지 후반기 무려 22승3패를 기록중인데, 이중 5승이 류현진의 승리다.

사실 '생소함'이란 무기가 사라진, 시즌 중반 이후는 신인에겐 위기가 될 수 있다. 상대에게 간파당하는 것은 물론, 처음 겪는 풀타임 빅리거, 장거리 이동 등에 체력적 문제가 노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정반대 결과를 주고 있다. 괴물 같은 적응력으로 후반기 메이저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이제 류현진은 '꾸준함'을 넘어,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루키답지 않은 노련함이 돋보이고 있다. 이날 상대였던 빅리그 2년차 우완 하비보다 노련함이 돋보였다. 하비는 160㎞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지만, 위기를 넘지 못했다. 반면 류현진은 능구렁이 같은 피칭으로 메츠 타선을 손쉽게 제압했다.


류현진의 투구 모습.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날 류현진은 메츠 타선을 단 5안타로 막았다. 1회초 2번타자 후안 라가레스에게 맞은 솔로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슬라이더가 낮게 잘 들어갔지만, 라가레스가 잘 때려냈다. 이후 1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병살타 유도능력이 돋보였다. 4번타자 말론 버드에게 낮은 직구를 던져 3루수 앞 병살타를 유도했다. 시즌 22번째 병살타.

4회엔 1사 후 버드와 조시 새틴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저스틴 터너를 우익수 플라이로, 존 벅을 유격수 앞 땅볼로 돌려세웠다. 그 외엔 위기라 할 부분도 없었다. 맷 하비가 2회와 3회, 4회에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병살타 3개를 뽑아냈지만, 이후 닉 푼토와 A.J.엘리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무너진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놀라운 관리능력, 메이저리그 지배하는 류현진만의 '특장점'

류현진은 신인 최다승에 이어 신인 최다이닝 1위 자리도 탈환했다. 144⅓이닝을 던진 밀워키의 윌리 페랄타를 넘어 148⅓이닝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루키가 됐다.

승리의 경우, 타선의 득점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력이 약한 팀에 있는 선수들의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내셔널리그 2위(평균 5.3점)의 득점지원을 받고 있는 류현진은 행복한 사나이다. 승률 8할이라는 놀라운 기록은 만화 같은 상승세를 보이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는 다저스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닝 소화력은 팀 타선이 도와준다고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류현진만의 '특장점'이다. 많은 이닝을 던지기 위해선, 공을 최대한 적게 던지면서 이닝을 마쳐가야 한다. 제 아무리 고무팔이라도 주구장창 공만 던지고 있을 수는 없다. 단기전도 아니고, 기나긴 장기레이스에선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류현진.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4.14
이날 역시 투구수 관리엔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류현진은 2회와 4회 20개의 공을 던지는 등 초반 투구수가 많았다. 4회까지 64개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5회를 단 9개의 공으로 마치고, 6회와 7회 17개씩 던지면서 7이닝을 소화했다.

흔히 선발투수에게 기대하는 이닝은 6이닝 언저리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의 기준 역시 6이닝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초반에 6이닝 소화가 버거울 페이스를 보이다가도 7회나 8회까지 던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8일 애틀랜타전이 가장 놀라웠다. 시즌 첫 애틀랜타전이었던 5월 18일 경기서 5이닝(2실점) 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두번째로 만난 애틀랜타 타선에 또다시 고전했다. 하지만 3회까지 58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한 류현진은 4회부터 언제 그랬냐는 등 다른 투수가 됐다. 4회 2사 이후 병살타 포함 8타자 연속 범타 처리를 하면서 투구수를 아꼈고, 112개의 공으로 8회 2사까지 책임졌다.

이날 역시 비슷한 패턴이었다. 초반 투구수가 많았지만, 점점 빠른 카운트에 메츠 타선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이는 타자들이 매력적인 공을 많이 던졌단 말과 같다.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이 그만큼 많았고, 변화구 역시 존 구석에 걸치거나 최대한 근접한 공이 많았다.

이날 류현진이 던진 107개의 공 중 ⅔에 가까운 71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주심의 낮은 코스 스트라이크존이 다소 들쭉날쭉 했음에도 개의치 않고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매팅리 감독에게 '장인'으로 극찬받았던 핀포인트 제구력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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