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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한국시리즈라는 말, 허언이 아니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LG와의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선전포고를 했다. LG를 상대로 맞춤형 용병술을 준비,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뛰어난 좌타자가 많은 LG를 겨냥해 1차전 선발로 좌완 차우찬을 내세웠다.
하지만 올시즌 확 달라진 LG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역시 베테랑들의 활약이 중요한 법. LG는 이진영의 선제 1타점 적시타와 캡틴 이병규(9번)의 쐐기 투런포를 터뜨렸다. 삼성의 거센 추격을 받았지만 이진영이 8회말 3-2, 1점차 리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적시타를 때려냈다. 마무리 봉중근은 비록 적시타를 맞았지만, 결국 4대2 승리를 지켰다. 지난해까지 승부처에서 힘을 내지 못하고 주저 앉았던 LG였지지만 투-타 모두 긴장감이 터질 듯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걸 보여준 한판이었다.
삼성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2차전을 맞이했다. 1차전을 내줬는데 상대선발이 에이스 리즈였다. 만약 2차전 마저 놓치게 된다면 LG와의 승차가 2경기로 줄어드는 상황.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삼성은 4회 박석민과 이지영의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뽑았다. 강력한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은 곧바로 뒷문잠그기에 들어갔다. 삼성 승리공식의 제 1공식. 선발 윤성환이 5⅓이닝을 책임지자 곧바로 안지만을 올렸다. 안지만은 삼성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투수. 안지만은 이날 경기에서 2⅓이닝 동안 무려 42개의 공을 던지며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류 감독이 무조건 승리를 챙기겠다는 필승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
안지만 뿐이 아니었다. 2-0으로 앞선 8회말 2사 1루 이병규 타석 때 류중일 감독은 곧바로 마무리 오승환을 등판시켰다. LG는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었지만 결국 삼성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0대3으로 패했다. 2차전은 삼성이 단기전이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승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다시 말해 왜 삼성이 강팀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3차전,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양팀의 혈전
그야말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두 팀이었다. 후반기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양팀 모두 위닝시리즈가 필요했다.
경기의 중요성을 선수들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깔끔했던 1, 2차전과는 달리 실책이 속출했다. LG는 2회 3루수 정성훈의 실책이 빌미가 돼 2점을 먼저 내줬다. 삼성은 1, 2차전에서 맹활약했던 백업 키스톤 콤비인 정병곤과 강명구가 어이없는 송구실책을 하며 역전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서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승기는 LG가 먼저 잡았다. 3-3 동점 상황서 6회말 상대 실책에 힘입어 대거 4점을 뽑았다. LG는 초반 투구수가 많았던 선발 류제국에 이어 6회부터 불펜투수들을 모두 투입했다. 양팀 사령탑의 용병술 대결이 이어졌다. 투수교체, 대타 작전이 이어졌다.
1위팀 답게 삼성은 저력이 있었다. 7회와 8회 LG 불펜진을 공략해 3점을 냈다. 7-6, 1점차 살얼음 승부. 하이라이트는 8회초 삼성의 마지막 찬스였다. 2사 2, 3루의 위기에서 LG는 지체 없이 마무리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봉중근은 박한이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포효했다. 8회말 윤요섭의 쐐기 투런포가 터지며 승리의 여신은 LG쪽으로 미소지었다. LG는 2010년 4월 이후 1207일 만에 잠실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이날 양팀 타자들은 22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LG는 7명, 삼성은 4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말그대로 혈전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