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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산 김현수는 냉정하게 말하면 정체돼 있었다. 2009년 3할5푼7리, 23홈런, 2010년 3할1푼7리, 24홈런을 때려냈다.
그의 맞히는 능력은 타고났다. 스윙 자체도 이상적이다. 하지만 맞히는데 치중한 타격 때문에 타구의 질 자체가 떨어졌다. 때문에 홈런과 타율이 동반하락했다.
시즌 초반 김현수는 항상 "강하게 치겠다"고 계속 강조했다. 매우 단순한 말이지만, 그 이면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즌 초반 김현수는 매우 부진했다. 5월7일에는 2할5푼8리까지 타율이 떨어졌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극복했다. 6월31일까지 3할3리, 5홈런, 43타점을 기록했던 그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월 이후 20경기에서 3할6푼1리, 5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장타력이다. 7월 이전까지 4할1푼1리에 불과했던 장타율이 7월 이후 20경기에서 6할8푼1리로 급격히 올랐다. OPS(출루율+장타율)은 초특급수치인 1.116이다. 4일 인천 SK전에서도 9회초 결승 투런홈런을 쳤다.
타격은 분명히 사이클이 있다. 때문에 7월 이후 김현수의 급상승세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시즌 초부터 그의 과정을 보면 변신의 강도가 심상치 않다.
확실히 그는 시즌 초반부터 타구의 질을 높히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김현수의 변신을 주도한 두산 황병일 수석코치는 "하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타격을 하려고 김현수는 계속 노력했다. 그리고 조금씩 적응도를 높히는 중"이라고 했다.
하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당연히 타구의 질은 높아진다. 좀 더 강한 힘이 타구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황 수석코치는 "고관절(골반과 허벅지를 연결하는 관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타격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즉 힙턴(Hip turn)을 더욱 강력하게 하면서 타구를 좀 더 강력하게 날리는 타격을 중점적으로 연마한 것이다.
김현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로 전지훈련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때문에 타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타격을 변화시켰다. 당연히 부작용도 있었다. 5월 초반 그는 고관절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 타격을 조금씩 소화하면서 타격 사이클 자체가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의 뛰어난 재능도 뒷받침했다. 황 수석코치는 "사실 쉽지 않았던 결정인데, 김현수가 지금까지 무리없이 소화한다. 워낙 타격에 재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 여전히 손사래를 친다.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뭐가 변했다고 말하기가 좀 그렇다"고 했다. 최근 타격의 상승세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진화하려면 이런 변화가 필수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