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KIA, '200도루 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4-18 12:15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9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KIA 2회말 1사 1루에서 차일목 타석때 1루주자 신종길이 도루중 아웃되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09/

2013 KIA는 과연 얼마나 빨라졌을까.

올해 초, 팀의 첫 합동훈련에서 KIA 선동열 감독은 당당히 '우승'을 목표로 선언했다. 이를 위한 네 가지의 구체적 계획까지도 밝혔다. '자기 관리를 통한 부상 방지'와 '기동력 강화' '고정 마무리 확보' 그리고 '수비력 강화'가 바로 선 감독이 제시한 우승을 이루기 위한 네 가지 로드맵이었다.

이러한 로드맵들은 시즌 초반 착실히 이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김주찬이 경기 중 공에 맞아 다쳤고, 윤석민의 어깨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다른 선수들의 건재함이 이를 보충해주고 있다.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는 5세이브를 달성하며 그런대로 뒷문을 잘 막아내는 중이다. 수비력도 나쁘지 않다. 실책이 7개로 넥센(5개) 삼성(6개)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그렇다면 '기동력 강화' 항목은 어떨까. 선 감독은 기동력 강화의 구체적인 목표치로 '팀 200도루 달성'을 제시했다. 이는 KIA가 전신 해태시절을 포함해도 아직 단 한차례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프로야구 전체를 따져봐도 1995년의 롯데(220도루)가 유일하게 이 고지에 오른 팀이다.


31일 광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넥센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2사 1루 KIA 이용규 타석 때 1루주자 김선빈이 2루도루를 시도해 세이프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31/
2013년 KIA는 확실히 빨라졌다

17일까지 KIA는 시즌 전체 일정의 약 10%를 소화했다. 이 시점에서 보면 확실히 '호랑이 군단'의 스피드는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17일 기준, KIA는 총 20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LG(27개)에 이어 두산과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성공률 또한 매우 높다. KIA는 올해 총 24차례 도루를 시도해 단 4번 밖에 실패하지 않아 도루 성공률 83%를 기록 중이다. 실패 횟수에서 NC(3개)에 이어 2위이고, 성공률도 역시 NC(20회 시도, 17회 성공)의 85%에 약간 뒤진 2위다. 성공률이 2% 정도 떨어지지만, 그래도 3번이나 더 도루를 성공했다는 게 더 중요하다.

KIA의 이런 스탯은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향상된 것일까. 똑같이 12경기를 기준으로 2012시즌의 성적을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KIA는 2012년 4월 25일까지 정확히 12경기를 치렀는데, 이 당시 도루는 14개로 8개 구단중 4위였다. 총 20차례의 도루 시도 중 14번 성공해 성공률은 70%를 찍었다. 결과적으로 횟수와 성공률 면에서 모두 지난해에 비해 나아졌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팀내에서는 이용규가 6개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이고, 그 뒤를 신종길 차일목 안치홍(이상 2개)과 김원섭 김선빈(이상 1개)이 따르고 있다.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김주찬 역시 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팀 사상 첫 200도루 달성, 가능할까

기록을 통해 KIA의 발이 지난해에 비해 뚜렷하게 빨라졌다는 것은 이렇게 증명이 됐다. 그렇다면 KIA는 과연 선 감독이 목표로 제시한 '팀 200도루'는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현재의 페이스가 시즌 마지막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조건 아래서라면 '팀 200도루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KIA의 도루 페이스는 경기당 1.67개(12경기 20도루) 꼴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 총 128경기를 치르는 동안 KIA는 213도루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환경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산술적인 결과라서 그대로 믿을 순 없다. 긴 정규시즌을 치르는 동안에 현재의 도루 페이스를 떨어트리는 요인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체력은 시즌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떨어지게 마련이고, 그러면 도루 시도 횟수나 성공률도 저하된다. 체력 소모가 훨씬 커지는 여름 무더위 역시 선수들의 도루 페이스를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부상 변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루는 특히 상대 수비수나 베이스, 또는 공과의 충돌이 많이 벌어지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부상도 많아질 수 있다. 이렇게 다치면 경기에 나서기 힘들고, 결과적으로는 도루 시도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반면 플러스 요인도 없진 않다. 현재 손목 부상으로 빠져있는 김주찬이 6월 이후 팀에 복귀할 경우 도루에 기여할 수 있다. 사실 선 감독이 '팀 200도루'를 목표로 내걸 수 있던 데에는 김주찬이 팀에 합류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도루 능력이 뛰어난 김주찬이라면 시즌 중반 이후 다른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틈을 훌륭히 메워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KIA가 '팀 200도루'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는 세 가지 요인에 달려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우선 6~7월의 여름 무더위 이전에 얼마나 많은 도루를 적립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또 도루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부상없이 시즌 막판까지 스태미너를 유지할 수 있는 지도 중요하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김주찬이 복귀 후에 과연 몇 개의 도루를 할 수 있을지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충족된다면 현재의 도루 페이스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팀 200도루 프로젝트' 역시 실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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