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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조성민 그 날이 없었다면…'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1-14 16:15


지난 6일 세상을 떠난 조성민 전 두산 2군 코치에 대해 일본언론도 안타까워하며 크게 보도했다. 7일자 1면과 2면에 조성민을 다룬 닛칸스포츠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스포츠신문이 비보를 크게 다뤘다.

일본인들은 조성민의 야구인생을 뒤돌아 보며 '그 날이 없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한다. 1998년 7월 23일 지바 마린스타디움(현 QVC마린 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 2차전에서 일어난 비극 말이다.

필자는 조성민에게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기 위해 지난해 4월 경기도 이천의 베어스 필드(두산 2군 구장)를 찾아갔다. 일본의 야구 잡지에 4페이지짜리 조성민특집 원고를 쓰기 위해서였다.

1998년 요미우리 입단 3년차였던 조성민은 전반기에 3완봉을 포함한 7승을 올리면서 감독추천으로 올스타에 뽑혔다. 영광의 무대인 올스타전에서 조성민은 오른팔이 아픈데도 공을 던졌고, 그 후 오랫동안 재활치료와 재활훈련을 해야 했다.

조성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즌 도중부터 팔꿈치가 아팠는데, 그 해 요미우리의 다른 투수들이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지금 쉬면 팀이 어떻게 되나. 지금은 내가 요미우리의 에이스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스타전에서 무리해서 공을 던지면서, 아파서 팔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게 됐어요. 그 때 코치님이 마운드로 왔는데, 올스타전 코치는 타 구단의 감독이 잖아요. '팔꿈치가 아프다'고 말할 수 없어서 '약간 손가락이 아픕니다'라고 했어요. 그 감독님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돌아갔고, 저는 결국 계속 피칭을 했습니다."

그 날은 조성민에게 비극적인 날이었다. 조성민이 등판한 8회말 센트럴리그는 2-3으로 뒤지고 있었다. 아무리 아파도 한 이닝만 던지면 9회초에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센트럴리그는 9회초에 3-3 동점을 만들었다. 센트럴리그는 9회말에 수비를 해야했다. 그 해 올스타전은 연장전 제도가 없었다. 센트럴리그 불펜에는 몸을 푸는 투수가 없었다. 센트럴리그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당연히 조성민이 9회말에도 던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조성민은 던지고 싶지 않아도 던져야 하는 분위기였다.

조성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세가지가 후회된다고 했다. "첫째는 팔꿈치가 아프다고 말하고 쉬었어야 했고, 둘째는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셋째는 조금이라도 빨리 던질 수 없다는 걸 강하게 말했어야 했어요."


조성민에게 '악몽의 올스타'였던 1998년 여름의 기억. 하지만 조성민은 그 때를 웃으면서 뒤돌아 보았다. "일본에서 많은 고생을 한 것이 코치로서 플러스가 됐어요. 못 하는 선수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14년 전의 비극을 '경험'이라고 말했던 조성민. 하지만 일본인들은 그때 비극이 없었으면 조성민의 야구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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