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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99번 류현진, 99일 만에 ML꿈 이루기까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2-10 10:17 | 최종수정 2012-12-10 10:17


11월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류현진이 출국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입단 협상을 위해 출국했다. 밝은 표정으로 출국장을 나서고 있는 류현진.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1.14/

10일 LA 다저스 입단이 결정된 류현진의 한화 시절 등번호는 99번이다. 동산고 졸업을 앞둔 2005년 말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이 처음 고른 등번호는 15번이었다. 15번은 이글스 레전드 구대성이 달았던 번호이다. 그런데 그해 겨울 구대성이 일본과 미국을 거쳐 한화에 복귀하면서 루키 류현진은 대선배에게 15번을 내줘야 했다. 류현진은 선수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는 번호 중에서 등번호를 골랐다. 99번이었다. 사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번호는 아니었는데, 일부에서는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했던 1999년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이야기한다. 99번. 100에 하나가 부족한 숫자이면서 완성된 숫자에 가장 가까운 번호다.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에도 99와의 인연이 있다. 류현진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대외적으로 밝힌 게 지난 9월 2일인데, 그날 이후 꼭 99일 만에 메이저리그 진출 꿈이 이뤄졌다.

류현진은 지난 9월 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을 앞서 "(한화 구단이)메이저리그에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야구인 모두가 그랬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이 언제인가는 해외진출, 정확히 말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류현진이 구체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2006년 입단했으니 2012시즌이 프로 7번째 시즌이었다. 프로에서 7시즌을 채우면 해외진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주어지지만, 누구도 류현진의 미국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가 전무했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다는 점을 들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4월 13일 SK전 1회말 박재상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는 한화 류현진.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4.13/
더구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한화는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다. 노재덕 한화 단장은 "해외진출을 논의할 때는 아니다. 류현진의 해외진출 여부는 시즌이 모두 끝나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더구나 최근 4년 간 3번째 꼴찌를 기록한 한화는 시즌이 끝나고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면서 의욕적으로 팀 재건 작업을 시작했다. 에이스 류현진을 쉽게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진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놔줘야 한다는 여론에 밀린 한화는 10월 29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단서가 달렸다. 포스팅 금액이 1000만달러(약 108억원)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류현진을 국내 야구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11월 10일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을 써낸 LA 다저스가 류현진과의 협상 우선권을 가져갔다. 한화로선 류현진을 내줄 명분이 생겼고, 한국 프로야구 또한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좌완 선발자원이고, 7년 간 특별한 부상없이 시즌 평균 181이닝을 소화했으며, 25세로 젊다는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포스팅이 끝나자 지루한 입단 협상이 시작됐다. 11월 15일 미국에 도착한 류현진은 결국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밀고당기는 협상 끝에 6년 간 총액 3600만달러(약 390억원)에 계약했다. LA 다저스와 보라스 측은 협상 테이블에서 20여일 간 팽팽하게 대립을 했다. 결국 우선 협상 마감 시간을 불과 30초 남기고 양측은 협상 완료를 알렸다.


포스팅비를 포함하면 LA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투자한 돈이 무려 6173만달러(약 670억원)이다. 선수의 가치는 결국 연봉에 반영이 된다. 구단은 투자한 만큼 선수를 귀하게 대접하고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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