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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LA 다저스 입단이 결정된 류현진의 한화 시절 등번호는 99번이다. 동산고 졸업을 앞둔 2005년 말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이 처음 고른 등번호는 15번이었다. 15번은 이글스 레전드 구대성이 달았던 번호이다. 그런데 그해 겨울 구대성이 일본과 미국을 거쳐 한화에 복귀하면서 루키 류현진은 대선배에게 15번을 내줘야 했다. 류현진은 선수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는 번호 중에서 등번호를 골랐다. 99번이었다. 사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번호는 아니었는데, 일부에서는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했던 1999년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이야기한다. 99번. 100에 하나가 부족한 숫자이면서 완성된 숫자에 가장 가까운 번호다.
2006년 입단했으니 2012시즌이 프로 7번째 시즌이었다. 프로에서 7시즌을 채우면 해외진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주어지지만, 누구도 류현진의 미국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가 전무했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다는 점을 들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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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류현진을 국내 야구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11월 10일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을 써낸 LA 다저스가 류현진과의 협상 우선권을 가져갔다. 한화로선 류현진을 내줄 명분이 생겼고, 한국 프로야구 또한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좌완 선발자원이고, 7년 간 특별한 부상없이 시즌 평균 181이닝을 소화했으며, 25세로 젊다는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포스팅이 끝나자 지루한 입단 협상이 시작됐다. 11월 15일 미국에 도착한 류현진은 결국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밀고당기는 협상 끝에 6년 간 총액 3600만달러(약 390억원)에 계약했다. LA 다저스와 보라스 측은 협상 테이블에서 20여일 간 팽팽하게 대립을 했다. 결국 우선 협상 마감 시간을 불과 30초 남기고 양측은 협상 완료를 알렸다.
포스팅비를 포함하면 LA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투자한 돈이 무려 6173만달러(약 670억원)이다. 선수의 가치는 결국 연봉에 반영이 된다. 구단은 투자한 만큼 선수를 귀하게 대접하고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