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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deal done at 4:59 and a half."
하지만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슈퍼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였다. 고객을 위해 구단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뽑아내 미국 야구계에서 '악마'라고 불리는 그였다.
류현진과 비슷한 케이스인 마쓰자카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마쓰자카는 5111만1111달러11센트로 역대 포스팅 금액 1위를 기록했지만, 협상 마감일 전날에야 겨우 6년간 5200만달러에 합의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보라스를 마쓰자카 본인이 설득해 계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과 마찬가지로 신인선수 역시 계약 마감시한이 있다. 지명 후 1년간 협상이 가능하다. 협상기간이 한 달인 포스팅시스템과 비교하면 여유가 넘치는 시간이다.
하지만 보라스는 악독하다. 류현진의 협상 때도 나온 '일본행'은 보라스의 단골 멘트다. 당장 메이저리그 진출을 거부하고, 일본프로야구 등을 거쳐 오면 FA(자유계약선수)로 더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길 꺼내며 구단을 압박한다.
언론을 이용하는 능력 역시 최고 수준이다. 허무맹랑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최대한 타당성 있는 말로 여론을 형성한다. 그 사이 1년이란 여유있는 시간은 어느새 마감시한을 향해 달려간다. '벼랑 끝 전술'이다. 구단이나 선수 본인은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르는 지경에 이른다.
결과는 달콤하다. 과거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였던 마크 프라이어는 93초를 남기고 5년 총 1050만달러에 사인했다. 4년 1510만달러로 이 기록을 깬 스트라스버그 땐 77초로 단축됐다. 과정이 험난했어도 보라스는 결과로 고객을 만족시킨다.
류현진은 6년간 총액 3600만달러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500만달러의 계약금이 포함됐고, 계약 마지막 해인 6년째엔 계약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가 있다. 그리고 투구이닝에 따라 매년 100만달러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가져갈 수 있다.
물론 보라스가 주장했던 '마쓰자카급'은 아니다. 하지만 6년간 보장된 금액만 해도 약 390억원이다. 계약기간과 금액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또한 당초 보라스가 요구했던 단기계약의 경우, 빨리 FA 자격을 얻어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5년이란 시간은 류현진에겐 충분한 시간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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