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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수 왕국 만든 오치아이의 빈 자리는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1-23 09:12


삼성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과 SK의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삼성이 7-0의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삼성 오치아이 코치가 그라운드에서 말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1.01/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43)는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투수 왕국으로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를 국내야구판으로 부른 건 선동열 KIA 감독(49)이었다. 선 감독이 삼성 사령탑 시절 그는 삼성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둘은 과거 일본 주니치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선 감독은 마무리 역할을 했고, 오치아이는 불펜 승리조 중 한 명이었다.

오치아이는 2010년 선 감독의 부름을 받고 삼성 투수 코치로 정식 부임했다. 가족은 모두 나고야에 남겨두고 혼자 짐을 꾸려 왔다. 3년만 해보자고 결심했다. 첫해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2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 SK에 4패로 박살이 났다. 그리고 2011년과 올해 SK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뤘다. 오치아이는 지난 1일 우승을 확정한 잠실구장에서 신명나게 싸이의 말춤으로 추면서 삼성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는 삼성을 떠났다. 고향 나고야로 돌아갔다. 노모의 병세가 악화됐다.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들에게 아빠가 필요했다. 삼성 구단이 잡아도 소용이 없었다. 일본 구단에서도 같이 일하자고 했지만 오치아이는 일단 쉬기로 했다.

그는 떠날 때를 알았다. 삼성 마운드는 자타공인 국내 최강이다. 그가 있었던 3년 동안, 삼성은 2000년대 후반 흔들렸던 마운드가 안정을 되찾았다. 아팠던 투수들이 모두 돌아왔다. 동갑내기 김태한 투수코치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유격수 출신 류중일 감독은 전문 분야가 아닌 마운드 운용에 있어 오치아이와 김태한 코치에게 많은 부분을 맡겼다. 최종 결정은 감독이 했지만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로테이션 조정 등을 투수 코치들에게 많은 부분 일임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졌다. 2012시즌 초반 삼성이 7위까지 떨어지며 흔들릴 때 류 감독은 조급했다. 그래서 조금은 무리한 투수 기용까지 구상했지만 두 코치의 기다려야 한다는 만류를 받아들였다. 그때 무리하게 불펜을 가동했더라면 누군가 일찍 팔에 고장이 났을 거라는게 중론이다.

삼성 투수들은 오치아이와 김태한 두 명의 코치를 많은 부분 믿고 따랐다. 그런데 오치아이가 떠났다. 앞으로 김태한 코치가 투수 부문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 그의 자리는 불펜에서 류 감독의 옆으로 바뀐다. 대신 김태한이 있던 자리에는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가 투수 코치로 변신할 예정이다.

야구계에선 누가 오치아이의 역할을 대신할 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 다른 일본인 코치가 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내부 승진으로 굳어졌다.

오치아이는 감독(2억원)보다 많은 연봉을 받았던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는 치밀한 계산과 준비로 마운드를 물흐르듯 돌렸다. 그는 "이제 삼성 투수들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태한 김현욱 두 코치의 호흡이 중요하다. 김태한 코치가 1년 선배다. 김태한 코치는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에 뛴 후 2002년 SK로 이적, 2003년 선수 은퇴했다. 김현욱 코치는 1993년 삼성에서 뛴 후 쌍방울을 거쳐 1999년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2004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일부 삼성팬들은 오치아이가 떠난 걸 무척 그리워 한다. 김태한 김현욱 두 코치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2013년 삼성 마운드가 잘 굴러가면 오치아이는 추억 속 인물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치아이에 대한 향수는 더 길게 갈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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