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G가 김태군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한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1-16 11:43 | 최종수정 2012-11-16 11:44



한때 '포스트 조인성'이라고 불렸다. LG의 차기 안방마님 주인은 정해진 듯 했다. 하지만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낯선 유니폼을 받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감독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LG 포수 김태군의 이야기다.

김태군은 이제 NC 소속이다. 신생구단의 특전으로 NC는 지난 15일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인 외 1명씩을 특별지명했다. 1명당 10억원씩 총 80억원을 써야 하는 중요한 결정. 심사숙고 끝에 알찬 전력 보강을 했다. 투수 4명, 내야수 2명, 포수 1명, 외야수 1명으로 균형도 맞췄다.

포수는 경험이 미숙한 NC에게 꼭 필요한 포지션이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 출신 허 준을 지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 1군 경험이 있는 포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점차 희귀해지는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좋은 포수는 모두 보호선수 명단에 들어있었다.

그래서 SK의 명포수 박경완을 지명한단 얘기도 돌았다. 하지만 NC 입장에선 몇 년이나 더 뛰어줄 지 모르는 박경완을 선택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결국 다른 카드를 찾았다. 레이더망에 걸려든 건 1군 출전경험이 풍부한 김태군이었다.

부산고를 졸업한 김태군은 2년차였던 2009시즌 우연히 1군 기회를 잡았다.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했던 김정민(현 배터리코치)이 부상으로 이탈해 당장 1군 백업포수가 필요했다.

김태군이 한창 1군 경험을 쌓기 시작할 때, 또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주전포수 조인성(현 SK)이 투수 심수창(현 넥센)과 경기 도중 언쟁을 벌인 것이다. 김재박 전 감독은 프로에서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지자 조인성과 심수창에게 무기한 2군행을 지시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당장 안방을 책임질 포수가 없었다. 김태군은 그렇게 처음 주전 마스크를 썼다. 고작 스무살의 나이에 한 팀의 주전포수가 된 것이다. 돈 주고도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기회였다.

좌충우돌이었지만 그럭저럭 잘 시즌을 치러냈다. 미처 대비하지 않고 있던 '포스트 조인성'이 탄생했다며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1군을 경험해서일까. 김태군은 더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1군 주전포수로 나섰던 김태군의 모습. 스포츠조선DB

지난해 말 부임한 LG 김기태 감독은 김태군을 잘 알고 있었다. 2군 감독과 1군 수석코치를 지내면서 어떤 선수인지 잘 파악하고 있었다. 김태군에겐 자극제가 필요했다. 때마침 올해 초 실시된 체력테스트에서 좋지 못한 기록이 나왔다. 김 감독은 조인성의 이적 후 당연히 주전포수가 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김태군을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초강수였다.

"너무 빨리 1군에서 뛰면서 배에 기름기가 가득 꼈던 것 같다." 당시 김태군의 고백이다. 절치부심한 김태군은 경남 진주에서 차디 찬 바람을 맞으며 시즌을 준비했다. 역시 출발은 2군이었다. 하지만 결국 안방마님은 김태군의 몫이었다. 심광호의 부상과 신인급 포수들의 경험 부족으로 검증된 그가 필요했다. 올시즌 도루저지도 좋아졌고, 수비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순위 싸움이 결정난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윤요섭에게 밀려 경기 막판 세이브포수로 출전했다. 김태군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었다. 공격력이 좋은 윤요섭을 성장시켜야 했다. 김태군은 경기 후반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고민을 많이 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김태군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하는 게 힘든 결정이었음을 털어놨다. 내년 시즌 즉시전력은 물론, 향후 수년간 주축으로 성장시킬 자원들을 보호선수로 묶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상위 라운드에 지명했던 선수들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20인 명단에 포수를 3명 넣는 것도 무리가 따랐다. 보호선수 20명 중 포수 몫은 윤요섭과 조윤준으로 채웠다. 결국 중고참 투수 몇 명과 포수 김태군이 NC의 특별지명 사정권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김태군이 윤요섭과 조윤준에게 밀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김태군은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윤요섭은 해병대를 전역하고 신고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조윤준은 과거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아 군면제 판정을 받았다. 어느덧 20대 중반이 된 김태군은 1~2년 안에 군입대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김태군의 더딘 성장세도 발목을 잡았다. 이미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김태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있었다. 유강남에게 2군 주전 기회를 주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대졸 포수 조윤준을 지명한 이유였다. 김태군에겐 '곧 군에 입대해야 할 백업포수'란 평가가 내려졌다. 선택의 순간은 더욱 냉정했다.

김태군의 NC행이 서로에게 손해 볼 일은 아니다. 김태군은 NC에서 보다 안정적인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NC의 기존 포수인 허 준-김태우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NC는 김태군의 1군 경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 역시 선수의 앞길을 열어주면서 포수진 교통정리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김태군의 보호선수 제외, 당연히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