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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흐름을 바꿔놓은 한방, 홈런이 SK를 춤추게 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30 08:37 | 최종수정 2012-10-30 08:37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2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4회말 1사 박재상이 솔로포를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29/

생각하지 못했던 선수가 느닷없이 맹활약을 펼치기도 하고, 어이없는 실책이 흐름을 바꿔놓기도 하지만, 그래도 야구는 기록에 바탕을 둔 확률이 크게 힘을 발휘하는 스포츠이다. 감독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록이 보여주는 통념, 확률에 의존하게 된다. 좌타자 타석에서 좌투수를 내거나, 상대 선발 투수와의 상대 성적을 고려해 타순을 짜는 것이나 모두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삼성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쳤다. 정규시즌 1위 팀 삼성이 타격과 투수력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SK에 크게 앞섰다. 더구나 SK는 롯데와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르고 올라왔다. SK는 선수들, 특히 투수진의 피로누적이 걱정됐다.

반면, 삼성은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고 2주일 정도 충분히 쉬었다. 체력적인 면에서 SK에 비교가 안 될 만큼 유리했다. 오랜 휴식이 타자들의 타격감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우려 수준이었다.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한국시리즈. 단기전이라고는 해도 짧다고 할 수 없는 시리즈다. 2연승으로 시리즈 초반을 지배했던 삼성이 2연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단숨에 SK쪽으로 기우는 듯 보인다. 예상과는 조금 다른 흐름이다.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큰 것 한방, 홈런에서 희비가 갈렸다고 봐야할 것 같다.

SK는 정규시즌 팀 타율 2할5푼8리로 5위에 그쳤는데, 삼성은 2할7푼2리로 1위였다. 그런데 팀 홈런에서는 SK가 108개를 터트려 1위, 삼성이 89개로 3위에 그쳤다. SK는 공격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찬스에서 확실한 팀 플레이를 통해 점수를 잘 짜낸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알고보면 SK는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가장 화끈한 팀이기도 하다.


2012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2사 1,2루 SK 김강민이 좌월 3점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분위기 반전의 순간 어김없이 홈런이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SK가 뽑은 홈런은 6개. 이 가운데 5개가 SK가 승리한 3,4,차전에서 나왔다. 2패를 당하고 맞은 3차전에서는 박진만 김강민 이호준이 짜릿한 손맛을 봤다. 박진만은 3-6으로 끌려가던 4회 선두타자로 나와 1점 홈런을 터트렸다. SK가 역전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의미있는 홈런이었다. 8-7로 역전에 성공한 6회에는 김강민이 3점 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8회에는 이호준이 1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4차전 승리도 홈런이 만들었다. 0-0으로 맞선 4회 1사 후 2번 박재상이 선제 1점 홈런을 터트린데 이어, 3번 최 정이 다시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삼성의 기를 죽인 박재상과 최 정의 연속타자 홈런은 SK의 4대1 승리로 이어졌다.

삼성도 홈런 덕분에 1,2차전에서 이겼다. 1차전에서는 이승엽의 2점 홈런, 2차전에서는 최형우의 만루홈런이 위력을 발휘했다. 3차전에서 나온 최형우의 3점포는 역전패를 당하면서 빛이 바랬다.

견고한 수비와 영리한 플레이, 막강 불펜으로 대표되는 SK는 홈런 DNA까지 갖추고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거져 얻어진 게 아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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