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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삼성 감독(49)은 거사를 앞두고 황당한 일을 당했다.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두고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장에서 기분을 잡치는 일이 있었다. 적장 이만수 SK 감독(54)의 열혈팬에게 난데없이 멱살을 잡혔다. 낮술을 마신 그 팬은 준비해온 꽃다발을 이 감독에게 전달했다. 둘은 악수까지 했다. 그리곤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류 감독의 유니폼을 잡았다. 창졸간에 당한 일이었다. 구단 관계자가 서둘러 제지해 더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몹시 놀란 눈치였다. 상기된 얼굴의 류 감독은 "몇 해 전 박근혜 후보가 면도날 테러를 당한 사건이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번 2연승으로 미디어데이에서 당한 수모를 다소 풀었을 것이다. 반면 이 감독은 갚아주어야 할 빚을 더 안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이 감독과 류 감독은 삼성과 대구를 두고 미묘한 감정선이 흐른다. 1958년생인 이 감독은 1963년 생인 류 감독 보다 5년 선배다. 둘은 사적으로 나쁜 사이가 아니다. 11년 동안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함께 입고 뛰었다. 해태(현 KIA)의 아성에 맞서 도전했지만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달구벌의 영웅들이었다.
세월이 흘렀고, 지금 삼성의 지휘봉은 류 감독이 쥐고 있다. 그는 1999년 선수 은퇴 이후 2010년말 삼성 감독이 되기까지 코치로 10년 이상 은연자중하며 지냈다. 영원한 라이벌 해태 출신 김응용 감독과 선동열 감독을 보필했다. 한때 2군 코치로 좌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구단은 2010시즌을 마치고 선 감독 후임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류 감독에게 팀을 맡겼다.
당시 이 감독은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 밑에서 SK 수석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1997시즌을 끝으로 삼성을 떠났다. 그 과정에서 구단과 잡음이 있었다. 미국을 떠나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수업을 마친 그는 2006년 SK 수석코치로 국내 무대에 컴백했다. 지난해 8월 김 감독 후임으로 SK 사령탑에 올랐다.
대구에는 아직도 이만수 감독을 좋아하는 팬들이 다수 있다. '멱살 잡이' 사건으로 또한번 확인된 사실이다. 과거 선수 시절의 화려했던 플레이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갖고 있는 팬들이다.
하지만 SK가 삼성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대구 원정에서 완패했다. 성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천하의 레전드라도 팬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게 마련이다.
류 감독으로서는 대구 2연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의도됐든, 그렇지 않든 대구에서 '이만수 지우기' 작업을 확실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이만수(SK) VS 류중일(삼성)
이만수=구분=류중일
1958년 9월 19일=생년월일=1963년 4월 28일
철원=출생지=포항
중앙초-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출신교=삼덕초-대구중-경북고-한양대
포수=프로 시절 포지션=유격수
삼성(82~97년)=프로 선수 경력=삼성(87~99년)
통산 타율 2할9푼6리, 252홈런=프로 선수 성적=통산 타율 2할6푼5리, 45홈런
한국시리즈 준우승(2011년)=감독 주요 성적=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우승(이상 2011년) 페넌트레이스 우승(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