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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누가 조성환에게 돌을 던지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0-21 11:37 | 최종수정 2012-10-21 11:37


20일 부산구장에서 SK와 롯데의 201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롯데가 0-2로 뒤진 8회초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선 롯데 조성환의 타구가 유격수 라인드라이브아웃이 되며 1루주자까지 아웃되자 덕아웃의 선수들이 탄식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0.20/

아쉬운 패배의 뒤에 간혹 팬들 사이에 '희생양 찾기'가 뒤따를 때가 있다.

특정 선수의 플레이 한 장면을 부각시켜, '이것이 아니었다면 이겼다'와 같은 식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식이다. 이런 행위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 패배의 아쉬움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승패와 직결된 장면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플레이를 했다고 해서 잘못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어떤 선수도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가끔은 누가봐도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의 '본헤드 플레이'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패는 상대의 수비가 뛰어났다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의 등장으로 인해 플레이가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케이스다.


프로야구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졌다. 박진만이 8회말 무사 1루 조성환의 타구를 병살로 처리하고 웃고 있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20/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롯데 조성환의 병살플레이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날 롯데는 SK의 외국인 선발 마리오의 호투에 막혀 7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하면서 0-2로 끌려갔다. 그리고 리드를 잡은 SK는 7회부터 특급 불펜투수 박희수를 올려 경기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박희수가 흔들렸다. 7회에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강민호를 병살타로 막아 위기를 넘겼던 박희수는 8회에도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두 번 연속 선두타자에게 정타를 얻어맞은 것. 그러자 롯데 양승호 감독은 회심의 대타, 조성환을 내보낸다. 공교롭게도 조성환은 지난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4로 뒤지던 7회초 1사 2루 때 대타로 나와 역시 같은 타이밍에 구원 투수로 등장한 박희수를 상대로 동점타를 날린 인물이다. 박희수에게는 '악연'의 주인공인 셈.

역시나 박희수는 흔들렸다. 초구부터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이 나왔다. 2구째는 간신히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었지만, 이후 또 2개 연속 볼이 나오며 볼카운트가 3B1S로 타자에게 유리해졌다. 2차전의 악몽은 그렇게 스물스물 되살아나고 있었다. 5구째는 파울로 카운트는 3B2S.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최종 카운트다. 그러나 기세는 조성환 쪽으로 확 쏠린 분위기였다.

이때였다. 조성환은 6구째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온 공을 받아쳤다. 놔뒀으면 볼이었겠지만, 워낙에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왔다. 잘 맞기도 했다. 다만 코스가 좋지 못했다. 볼카운트 상 자동적으로 런앤히트 작전이 걸렸고, 2루로 뛰는 황재균을 견제하기 위해 마침 SK 유격수 박진만이 2루쪽으로 뛰어오는 상황이었다. 타구는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약간 왼쪽을 향해 날아갔는데, 하필 박진만이 뛰어들어오는 방향이었다.

결국 박진만은 이 안타성 타구를 직접 잡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1루에 송구해 이미 2루에 도착한 황재균까지 아웃시켰다. 순식간에 2아웃이 된 셈이다. 이 장면을 두고 조성환이 베테랑답지 못하게 참지 못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만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조성환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타구를 밀거나 잡아당기지 못하고 너무 정직하게 때렸다는 정도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롯데 타자들이 타석에서 끝까지 참아 볼넷을 얻어내 재미를 본 경우가 많았지만, 좋은 타구를 칠 수 있는 경우라면 치는 게 맞다. 양 감독도 가만히 서서 기다리라고 조성환을 대타로 낸 것이 아니다.

이날 박희수가 흔들린 것은 맞았지만, 결정적으로 쓰러지지는 않았다. 이 때 조성환이 안타를 쳤으면 순식간에 무사 1, 2루 혹은 1, 3루가 된다. 흔들리는 박희수를 침몰시킬 수 있던 결정타가 될 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조성환의 타격은 비난의 범주에 들어가서 안된다.

다만 조성환에게 조금 아쉬운 점은 한 가지 있다. 자동 런앤히트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유격수가 2루 커버 플레이를 들어온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을 염두해뒀다면, 타구의 방향을 3-유간 혹은 1-2루간으로 보내려는 식의 타격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조성환의 스윙은 너무나 정직했다. 약간만 더 당겨치거나 밀어쳤다면 조성환은 2차전에 이어 4차전 승리의 주역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조성환의 실패로 나왔다. 롯데의 측면에서는 분명 아쉬운 장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조성환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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