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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패배의 뒤에 간혹 팬들 사이에 '희생양 찾기'가 뒤따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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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박희수가 흔들렸다. 7회에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강민호를 병살타로 막아 위기를 넘겼던 박희수는 8회에도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두 번 연속 선두타자에게 정타를 얻어맞은 것. 그러자 롯데 양승호 감독은 회심의 대타, 조성환을 내보낸다. 공교롭게도 조성환은 지난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4로 뒤지던 7회초 1사 2루 때 대타로 나와 역시 같은 타이밍에 구원 투수로 등장한 박희수를 상대로 동점타를 날린 인물이다. 박희수에게는 '악연'의 주인공인 셈.
이때였다. 조성환은 6구째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온 공을 받아쳤다. 놔뒀으면 볼이었겠지만, 워낙에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왔다. 잘 맞기도 했다. 다만 코스가 좋지 못했다. 볼카운트 상 자동적으로 런앤히트 작전이 걸렸고, 2루로 뛰는 황재균을 견제하기 위해 마침 SK 유격수 박진만이 2루쪽으로 뛰어오는 상황이었다. 타구는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약간 왼쪽을 향해 날아갔는데, 하필 박진만이 뛰어들어오는 방향이었다.
결국 박진만은 이 안타성 타구를 직접 잡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1루에 송구해 이미 2루에 도착한 황재균까지 아웃시켰다. 순식간에 2아웃이 된 셈이다. 이 장면을 두고 조성환이 베테랑답지 못하게 참지 못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만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조성환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타구를 밀거나 잡아당기지 못하고 너무 정직하게 때렸다는 정도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롯데 타자들이 타석에서 끝까지 참아 볼넷을 얻어내 재미를 본 경우가 많았지만, 좋은 타구를 칠 수 있는 경우라면 치는 게 맞다. 양 감독도 가만히 서서 기다리라고 조성환을 대타로 낸 것이 아니다.
이날 박희수가 흔들린 것은 맞았지만, 결정적으로 쓰러지지는 않았다. 이 때 조성환이 안타를 쳤으면 순식간에 무사 1, 2루 혹은 1, 3루가 된다. 흔들리는 박희수를 침몰시킬 수 있던 결정타가 될 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조성환의 타격은 비난의 범주에 들어가서 안된다.
다만 조성환에게 조금 아쉬운 점은 한 가지 있다. 자동 런앤히트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유격수가 2루 커버 플레이를 들어온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을 염두해뒀다면, 타구의 방향을 3-유간 혹은 1-2루간으로 보내려는 식의 타격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조성환의 스윙은 너무나 정직했다. 약간만 더 당겨치거나 밀어쳤다면 조성환은 2차전에 이어 4차전 승리의 주역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조성환의 실패로 나왔다. 롯데의 측면에서는 분명 아쉬운 장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조성환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