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마무리 프록터가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시즌 33세이브에 성공한 뒤 포수 최재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위 싸움 마무리가 마무리 투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 롯데, 두산이 벌이고 있는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 향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4일 경기에서 2위 SK와 3위 롯데가 패하고, 4위 두산이 승리를 거두면서 2위 경쟁이 다시 한번 흥미를 끌게 생겼다. 시즌 막판 흥행 호재를 찾지 못했던 프로야구는 세 팀간 순위 경쟁을 앞세워 사상 첫 관중 700만명 돌파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삼성이 이날 롯데를 꺾고 페넌트레이스 우승 매직 넘버를 5로 줄이면서 2위 자리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롯데 김사율은 1-0으로 앞선 9회말 무사 1루에서 등판해 한 타자도 잡지 못하고 만루 상황에서 박한이에게 끝내기 역전 2루타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기록했다.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사율은 이날 한화전서 33세이브를 올린 두산 프록터, 삼성 오승환에 1세이브차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정우람이 마무리를 맡고 있는 SK는 지난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2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2위를 확정짓는가 싶었지만, 이날 LG에 패하면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은 단기전에서 더욱 부각된다. 세 팀 모두 기존 마무리를 대신할 수 있는 카드를 확실하게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김사율이 시즌 막판 불안감을 보이고 있지만, 롯데로서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그를 완벽하게 대신할 새로운 마무리를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력한 직구와 떨어지는 변화구, 두 구종만 가지고 압도적인 피칭을 펼치는 정형화된 마무리 투수의 이미지와는 다른 김사율은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 그리고 강한 승부욕으로 무장하며 롯데의 오랜 숙원이었던 뒷문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사율은 9월 7경기서 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5.06, 피안타율 4할1푼7리를 기록했다. 양승호 감독의 고민이 시작된 이유다.
두산은 9월 들어 부진했던 프록터가 최근 2경기 연속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다시 안정세를 보이자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제구력이 불안한 프록터가 남은 시즌 다시 난조에 빠질 경우 두산으로서는 2위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프록터의 주무기는 150㎞ 안팎의 강속구다. 체인지업과 커브 등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려는 볼배합이 시즌이 흐를수록 많아지자 김진욱 감독은 "직구만 던져도 될텐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프록터가 팀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마운드에서의 보여주고 있는 신뢰감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정우람의 경우 투구수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날 LG전에서도 셋업맨 박희수에 이어 9회 1사후 등판해 1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투구수는 8개였다. 지난 18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1이닝 동안 10개의 공을 던져 무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정우람은 지난 6월 왼쪽 팔 근육 부상으로 1군서 제외된 바 있다. 연투 능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며 피로 누적 때문에 투구수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SK로서도 정우람의 투구수와 이닝을 조절에 대해 바짝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2위 싸움이 마무리 투수의 활약에 달려있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세 투수 모두 완벽한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팀 마무리가 실수를 최소화하느냐가 2위 싸움의 관전포인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