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포항구장 삼성-한화전에 앞서 두가지 화제가 주된 이슈였다.
일본야구 역사상 2000안타를 기록한 타자는 41명 있다. 이 기록은 그만큼 긴 시간 선수생활을 잘 했다는 차원에서 일본에서는 많은 주목을 받는다. 올시즌에는 이나바(니혼햄), 미야모토(야쿠르트), 고쿠보(소프트뱅크) 등 3명이나 2000안타에 도달한 이례적인 시즌이었지만, 그래도 기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포항구장의 분위기다. 삼성 선수들은 "대만야구장이 생각난다"는 말을 많이 했다. 맞는 말이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가 열린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과 포항구장은 푸른색 좌석이나 포수 뒤쪽의 낮은 펜스 등에서 닮은 점이 많다.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은 아시아시리즈 뿐 아니라 2007년 11, 12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과 2008년 3월의 베이징올림픽 세계최종예선도 열렸던 한국과 인연이 깊은 야구장이다.
경기후 만난 장성호의 얼굴에서도 여전히 미소는 보이지 않았다. "판단을 잘못해서 마음이 아파요." 그날 2-0로 한화가 리드한 6회말 2사 2루에서 1루수 장성호는 2루수의 송구를 못 잡아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록상 내야안타가 됐지만 장성호는 "(류)현진이의 10승을 도와줘야 되는데 실책 때문에…"라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그 순간 한 장면이 머리속에 교차됐다. 2007년 12월3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필리핀전에 4번 1루수로 출전한 장성호가 5회초에 실책을 범한 장면이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13점을 내고 크게 이겼지만 장성호의 실책으로 1점을 내주는 바람에 영봉승을 놓쳤다. 그날도 장성호의 얼굴에선 미소가 보이지 않았다.
대기록 달성을 기쁨 속에서 마음껏 내놓고 즐기지 못한 장성호. 하지만 아직도 기회는 있다. 2개 남은 역대 9번째 통산 1000타점 기록이다. 그 기록을 세우는 날에는 많은 축복 속에 기쁨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