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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타석에 섰던 LG 신동훈, 3.2%의 확률이 나왔더라면...

박진형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10:15 | 최종수정 2012-09-17 10:16


'3.2%.' 올시즌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투수가 4사구를 얻어낸 확률이다(15일 현재). 지명타자제가 없는 센트럴리그에서는 교류전의 퍼시픽리그 홈게임 때를 제외하고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12일 잠실 LG-SK전 9회말 LG 김기태 감독의 지시로 대타로 나왔던 투수 신동훈이 4사구를 얻어낼 확률 역시 그 정도는 있었다는 뜻이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쉽지 않아요." 센트럴리그의 투수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센트럴리그의 경우, 경기 초반 2사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투수가 타석에 섰을 때 무기력한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익숙한 광경이다. 마운드의 투수 입장에서 보면 그처럼 무기력하게 서 있는 타자에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는 이야기다.

"평상시에는 타자를 잡으려고 볼배합이나 구종을 생각하면서 던지는데 단순히 직구 3개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면 이상하게 필요없는 힘이 들어가요." 센트럴리그의 투수들이 하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올시즌 센트럴리그에서 타석에 들어간 투수가 얻어낸 4사구는 1490타석 중 48개(볼넷 46개, 몸에 맞는 볼 2개)였다. 비록 큰 확률은 아니지만 분명히 볼넷을 얻어낼 가능성은 있다.

타석에서 무리하다 부상을 하거나, 체력을 소진하느니 차라리 원아웃을 주고 차분하게 다음 이닝의 투구에 신경쓰자는 의도에서 나온 센트럴리그 투수들의 행동. 그에 대해 '무기력한 행위다'라는 비판은 나오지 않는다. 센트럴리그에서 찬스 상황을 빼고는 투수는 적극적으로 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다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산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에게는 이런 지론이 있다. "팬 입장에서 보면 무기력하게 타석을 허비해 버리는 것이 지루한 일인 것 같지요. 반면에 퍼시픽리그에는 그런 불문율이 없고 작은 승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임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퍼시픽리그 투수들이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12일 SK 투수 정우람은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타석에 선 타자 신동훈을 상대로 침착한 피칭으로 삼진을 잡았다. 그때는 3.2%의 작은 확률 보다 96.8%의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


그때 만약에 3.2%의 가능성으로 4사구가 나왔더라면, 혹은 그 사이에 김기태 감독이 조계현 수석코치의 만류를 듣고 생각을 바꿨더라면 이후의 아쉬움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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