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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안타를 때려내도 스윙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밤새 비디오, 사진을 보며 연구했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작은 차이를 발견했다. 연습벌레 손아섭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그것을 고치기 위해 수백번이고 스윙 연습을 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내 스윙을 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힐 수 있었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기는 3타점 2루타를 치고 말이다.
손아섭은 1일 부산 LG전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3할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올시즌 내내 "내가 원하는 타격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너무 답답하다"고 밝혀온 손아섭이다. 경기 후 수십장의 사진을 비교해봤다. 지난해 컨디션이 좋았을 때와 올해 좋지 않았을 때, 그리고 올해 사진 중에서도 그나마 조금 컨디션이 괜찮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사진들을 모두 살펴봤다. 그러던 중 미세한 차이를 발견했다. 팔의 위치였다. 타격감이 좋을 때는 배트를 잡고있는 양 팔꿈치의 폭이 좁았고 가슴쪽으로 당겨져 있었다. 자연히 배트가 왼쪽 귀를 바라보며 수평하게 뻗었다.
하지만 좋지 않았을 때의 폼은 조금 달랐다. 팔꿈치가 벌어져있었고 양 팔의 위치가 전체적으로 머리쪽으로 올라갔다. 팔이 벌어지며 자연히 배트 헤드 부분이 헬맷의 뒤통수 부분을 치는 일이 많아졌다. 등 부분이 더 많이 마운드쪽으로 노출됐다. 좋지 않았을 때는 등번호 31 중 3자가 TV 중계화면에 더욱 선명히 비춰졌다.
사실 밸런스만 놓고 보면 2일 LG전이 더욱 완벽했다. 하루 휴식을 취해 감을 잊었던 탓이었을까. KIA전에서는 양 팔의 위치가 2일 경기에 비해 조금 더 올라가 있었다. 빠른 공을 던지는 KIA 선발 소사를 의식한 듯 보였다. 결국은 삼진 2개.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속이 떨어지는 박지훈이 나오자 조금 더 괜찮은 폼을 유지하며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손아섭은 "단시간 내에 완벽하게 새로운 폼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제라도 해법을 찾아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