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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가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98시즌 부터였다. 1997년 미국에서 구단들이 한데 모여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1명을 영입하는데 1년 평균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 안팎이 들었다. 당시만해도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야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 때문에 애를 먹었다. 크게 내세울 것도 없는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삼아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 이상의 터무니없는 연봉을 주장해 계약 직전에서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다.
트레비스 처럼 국내 경험을 살려 잘 된 케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KIA에서 7승5패(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던 그는 올해 오클랜드에선 5승(3패)을 올렸다. 2011년 삼성 선발이었던 저마노도 현재 미국 시카고 컵스에서 선발로 뛰고 있다. 이번 시즌 성적은 2승(4패).
호세 페르난데스, 타이론 우즈, 세스 그레이싱어 등은 일본 야구에서 성공, 돈과 명예를 동시에 가졌다. 2002년 SK 출신 페르난데스(라쿠텐)는 세이부, 라쿠텐, 오릭스 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10년을 버티고 있다. 한국 원년 외국인 선수였던 우즈는 2003년 두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2008년까지 6년 동안 홈런 240개를 치며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3번이나 차지했다. 2005년과 2006년 KIA에서 선발로 뛰었던 세스 그레이싱어는 야쿠르트(2007년 16승), 요미우리(2008년 17승)에 이어 현재 지바 롯데에서 뛰고 있다. 이런 성공 사례 때문에 일본 구단들은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예의주시하게 됐다. "한국에서 잘 던지면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서 토종 선수들도 많이 배웠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온 외국인 선수들의 다수가 경기 전후 웨이트트레이닝을 빼놓지 않았다. 그걸 본 토종들 사이에선 웨이트트레이닝 붐이 일기도 했었다. 이제 많은 국내 선수들이 부상 방지 등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외국인 선수들의 득세로 토종들의 설 자리가 자꾸 준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놓는다. 또 외국인 선수를 얼마나 잘 뽑느냐에따라 한해 팀 성적이 좌우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외국과 소통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현 세태를 감안하면,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해 국내 야구가 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