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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구장. KIA와의 주말 마지막 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한 감독의 시선은 다시 보문산에 머물렀다. 이틀 전 내린 비로 유독 파란 하늘과 한 감독의 표정이 잠깐동안 보색 대비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시 취재진 쪽으로 몸을 돌린 한 감독의 한마디. "올 한 시즌 좋은 야구를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순간 한 감독의 표정은 진지했다. 평소 농담과 장난기가 전혀 없었다. 어지간히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이 정도면 어느정도 안다. 신변 정리 코멘트라는 사실을….
기자들은 '아니 갑자기 왜 이러시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덕아웃에는 순식간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야구 관련 소소한 취재가 이뤄질 분위기는 더 이상 아니었다. 어색함을 느낀듯 한 감독은 잠시 후 양해를 구하고 덕아웃을 떴다.
KIA측 덕아웃 취재를 마친 취재진에게 연락이 왔다. 관계자는 한대화 감독이 감독실에서 오해를 풀기 위한 해명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고 했다. 감독실에서 취재진을 다시 만난 한 감독은 어색하게 웃으며 "휴가 이야기를 농담처럼 하다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 이어졌다. "지금 그만두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지." 자진 사퇴는 아니란 암시였다. 사실 경질이라고 해도 적절치 못한 어색한 타이밍이었다. (어찌됐건 이날 대전 취재진은 한 감독의 해명을 존중하기로 했다. 일련의 해프닝은 보도하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에게 마지막 확인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라도 바로 내일, 경기 없는 월요일(27일)에 사퇴 발표 나는 것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했다. 한화는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28일) 오후에 사퇴를 발표할 계획이다. 혹시라도 24시간 연기가 '월요일 언급' 때문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한반도를 초토화하고 지나갈 대형 태풍 볼라벤의 피해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날을 골라 발표하려는 타이밍 잡기는 더욱 아니길 바란다. 단 이틀간의 시간을 벌기 위해 3년간 애쓴 감독에게 깜짝 '천기 누설'을 수습하라며 원치 않는 거짓말을 강요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끝으로 만에 하나 대 언론 소통 창구인 한화 관계자가 이틀간 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었다면 한화 구단의 소통 체계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 또한 아니길 바란다.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조직이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