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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국민타자' 이승엽(36)이 있다면 두산엔 '두목곰' 김동주(36)가 있다.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3번 타자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김동주는 1998년 두산(당시 OB) 입단 이후 15년째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런데 김동주는 지금 1군이 아닌 2군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지금 두산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상대 투수와 덕아웃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김동주를 그리워하고 있다.
두산 4번 타순에 김동주가 있고 없고는 구체적인 데이터로 따질 문제는 아니다. 김동주는 이번 시즌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오른발목, 허리, 오른 허벅지, 왼 허벅지 통증으로 자주 1군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 4일 왼 허벅지 통증이 재발해 2군으로 내려가 물리치료를 받았다. 최근엔 2군 경기에서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1군 66경기에 출전, 타율 2할9푼1리, 2홈런, 27타점에 그쳤다. 그의 올해 연봉은 7억원이다. 지금까지의 개인 성적은 많은 연봉에 어울리지 않는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베테랑을 무시할 수가 없다. 큰 경기, 중요한 경기에선 꼭 베테랑이 경기를 풀어준다"고 했다. 두산 타자 중에서 김동주 만큼의 큰 경기 경험을 갖춘 선수를 찾기 어렵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팀내에서 김동주가 차지하는 보이지 않는 비중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달초 대구에서 개별 면담을 가졌을 때 김동주에게 "4번 타순에 네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상대팀이 느끼는 심적 부담에 큰 차이가 있다"며 존재감을 인정해주었다.
김 감독은 김동주의 1군 복귀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복귀를 했다가 다시 햄스트링을 다쳐 또 내려갔었다. 따라서 이번엔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했을 때 햄스트링은 충분한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번에도 서둘렀다가는 김동주를 포스트시즌에 전혀 활용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당장 불러올리고 싶어도 참고 있는 것이다.
김동주는 태극마크를 달고도 4번을 쳤었다. 그는 두산이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센 전력 보강 카드다. 지금은 없어 아쉽지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