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 부임한 뒤 첫 시즌인 2010년부터 3루의 수비 공백이 너무 컸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한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3루수였고, 지금도 레전드 올스타를 뽑으면 3루수 부문에는 꼭 들어간다.
그랬던 그가 요즘 들어서 3루에 대한 한숨을 크게 줄였다. 뒤늦게 주전 3루수를 차지한 오선진(23)이 한 감독의 한숨을 줄여준 공신이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3루수 걱정이 컸다. 시즌 개막전부터 3루수를 맡은 원조 3루수 이여상(28)이 반짝 활약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여상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후쿠하라 일본인 수비코치로부터 혹독한 조련을 받으며 주전 3루수 준비를 제대로 거쳤다.
최고의 타자 김태균 선배와 같은 방을 쓰며 타격 비법도 전수받았다. 시작은 좋았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소원이라며 소박한 꿈을 지녔던 이여상은 개막전에서 그 꿈을 이루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주전선수로 오래 뛰어본 적이 없는 경험부족의 벽은 높았다. 4월 2할6푼7리였던 타율은 5월 들어 1할7푼1리로 급추락했다. 수비에서의 자신감 부족이 원인이었다.
피나는 기술훈련으로도 만회하기 힘든 내부의 적이 있었던 것이다. 타구가 날아들면 긴장한 나머지 몸이 경직되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5, 6월 두 달 동안 이여상은 실책 4개로 팀에서 가장 많았다.
보이지 않는 실책은 더 많았다. 한화의 허술한 수비와 어이없는 실책성 플레이가 도마에 오른 것도 이 시기였다.
5월 중순 이후 이여상은 3루에서 사라져갔고, 오선진이 자리를 메웠다. 이 때부터 한 감독의 얼굴에는 조금씩 웃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
4월에 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오선진이 제대로 한풀이 나섰다. 주전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통했을까. 일단 수비에서 안정감이 있었다. 라인을 타고 뻗어가는 타구에 몸을 날리고 반박자 빠른 송구로 수비실책을 크게 줄였다. 오선진이 3루수를 차지한 이후 기록된 실책은 2개에 그쳤다. 무엇보다 6월부터 지금까지 한화의 팀실책은 18개로 8개 구단중 가장 적다. 이전에는 전체 7번째 실책 남발팀이었다.
오선진은 타선에서도 숨은 효자였다. 하위타선에서 좀처럼 받쳐주지 못해 애를 태우던 7월 한화를 살려준 것이나 다름없는 이가 오선진이었다. 오선진은 7월 한 달동안 타율 3할8푼2리로 김태균(0.393) 다음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한 감독이 7월 하순부터 톱타자로 기용할 정도로 신임을 듬뿍 받았다. 이 덕분에 한화는 7월에 승률 4할7푼1리(8승1무9패)를 기록, 올시즌 월별 승률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오선진이 8월 들어 다시 주춤하기 시작했다. 타율 1할8푼2리로 그동안 벌어놓았던 타율마저 까먹기 시작했다. 수비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배팅 집중력과 파워가 떨어졌다.
오선진 덕분에 부실한 타선에도 근근이 버텨왔던 한화에게는 커다란 악재다. 그러자 또다른 원조 3루수가 다시 나타났다.
이여상은 특별한 부상이 없었지만 경기력 저하로 인해 5월 14일간, 6월 20일간 2군을 다녀왔다. 1군으로 복귀한 뒤 주로 2루수를 맡은 이여상은 7. 8월 두 달동안 3할3푼3리의 타율로 명예회복을 하는 중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에서는 2번 타자의 중책을 맡아 2경기 연속 멀티안타를 터뜨리는 등 8월에도 타율 2할5푼9리를 기록하며 오선진의 침묵을 탄탄하게 메워주는 중이다.
한화의 변형 테이블세터를 구축하고 있는 오선진과 이여상은 3루에서 희비가 엇갈렸고, 붙박이 주전에 한이 맺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그들이 번갈아 부진을 메워주고 있으니 최하위 한화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아쉬움이 있다. "돌아가면서 잘할 게 아니라 둘이서 동시에 잘하면 더 좋을텐데…." 한화 구단의 솔직한 심정이다.
오선진과 이여상이 이제 돌려막기가 아니라 함께 날아오르면 한화의 탈꼴찌도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