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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vs 힘', 모처럼 펼쳐진 우완 정통파 투수의 야성적인 정면대결이 야구의 색다른 재미를 듬뿍 선사했다.
그 가운데에서 양팀 선발들의 양보없는 투수전은 색다른 볼거리다. 이 경우 점수는 적게 나오지만, 투수끼리의 기세 싸움과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야구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87년 5월 16일에 나왔던 해태 에이스 선동열과 롯데 에이스 고 최동원의 연장 15회 완투 무승부 경기는 지금도 손꼽히는 한국 프로야구 31년사의 대표적인 명승부다. 얼마나 극적이고 짜릿한 명승부였는 지는 이 경기를 소재로 영화까지 제작된 것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팽팽한 투수전은 자주 나오기 힘들다. 일단 에이스급 투수들이 맞붙어야 하고, 또 그 투수들이 각자 지닌 최고의 기량을 선보여야 한다. 또 수비진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런 여러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모처럼 그런 투수전이 펼쳐졌다. 이날 홈팀 SK와 원정팀 KIA는 각각 마리오와 소사, 외국인 선발을 내세웠다. 마리오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국무대에서 뛰는 투수로 현재 실질적인 SK의 에이스다. 이날 전까지 성적은 9경기에 나와 2승1패 평균자책점 3.78이었다. 소사는 시즌 도중 새로 들어온 투수다. 지난 5월 26일 광주 LG전(6이닝 7안타 2실점)이 첫 등판이었고, 이날은 두 번째 등판이다.
두 투수는 140㎞후반에서 150㎞ 초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커터와 체인지업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은 마리오가 커브를 던지고, 소사는 슬라이더를 던진다는 정도다.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공격적으로 타자와의 대결에 임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이닝당 투구수도 적어지고,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제구가 안될 때는 초반부터 난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두 외국인 투수의 구위와 제구력은 절정에 올라있었다. 덕분에 이들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며 매우 빠르고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5회까지 두 투수 모두 단 2개의 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모처럼 보는 시원시원한 투수전이었다.
그러나 6회말 소사가 SK 정근우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내주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단 한 번의 실투였다.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는 경기의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하나의 실투를 제외하고는 두 투수 모두 변함없는 공격적 승부를 이어갔다. 이날 최종결과는 마리오가 7⅓이닝 2안타 무실점, 소사는 8이닝(완투) 4안타(1홈런) 1실점이었다. 근소하지만 명확한 마리오의 승리였다.
시즌 두 번째로 짧은 경기시간, 관중들도 만족하다
이처럼 시원시원한 투수전은 보는 이에게 두 가지 즐거움을 제공한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대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호투쇼에서 야구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경기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타자와 공격적으로 빠르게 승부하는데다 안타도 별로 안나오다보니 경기 시간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이날 경기시간은 2시간19분 밖에 안 걸렸다. 이는 지난 5월 1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2시간12분) 이후 두 번째로 짧은 기록이다. 이 경기 역시도 KIA 윤석민과 두산 이용찬이 완투 대결을 펼쳐 윤석민이 완봉승을 거둔 명승부 투수전이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공격적 피칭의 정수, 마리오vs소사의 강철 어깨 대결. 140㎞대 후반에서 150㎞의 직구가 주무기인 정통파 우완투수들. 야성미 넘치는 정면승부로 경기시간 확 줄이며 모처럼 투수전의 재미 보여줬다.